슈뢰딩거 방정식 — 양자화 에너지의 출발점
슈뢰딩거 방정식 — 양자화 에너지의 출발점
라는 한 줄에서 어떻게 “에너지가 띄엄띄엄해진다”는 결론이 나오는지 — 상자 속 입자로 직접 만져본다.
들어가며
1장에서 우리는 고전역학이 원자 안의 전자에 대해 침묵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이 장은 그 침묵을 깨는 한 줄의 방정식 —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방정식 — 을 도입하고, 그것이 왜 “고유값 방정식”이라는 형태를 띠는지, 그리고 그 형태에서 어떻게 에너지의 양자화가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지를 본다. 마무리에서는 가장 단순한 모형인 상자 속 입자를 손으로 풀어 보고, 그 결과가 원자 안 전자의 에너지 스케일과 어떻게 맞아 들어가는지까지 확인한다. 다음 장에서 다룰 다전자 원자의 1s, 2s, 2p 구조도 이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본론 1 — 한 줄의 방정식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방정식은 다음 한 줄이다:
여기서 (psi, 파동함수) 는 위치 의 복소함수이고, (해밀토니안) 은 운동에너지에 해당하는 라플라시안 항과 퍼텐셜 의 합이다. (h-bar, 환산 플랑크 상수) 는 약 .
이 방정식의 핵심은 ” 에 를 작용시켰더니 같은 의 상수배가 나오더라”는 모양 — 즉 고유값 방정식이라는 점이다. 선형대수에서 가 행렬의 특수한 벡터 (고유벡터) 와 그에 딸린 숫자 (고유값) 를 골라내듯, 도 무수히 많은 함수 중에서 특수한 몇몇 — 고유함수 — 만 골라낸다. 그에 짝지어 떨어지는 숫자 이 그 상태의 에너지다.
요점은 이것이다: 임의의 가 다 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경계조건과 정규화 조건을 만족하는 특수한 만이 살아남고, 그 때문에 허용되는 의 집합이 연속이 아닌 이산 집합이 된다. 양자화는 추가 가정이 아니라 방정식의 구조에서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결과다.
본론 2 — 상자 속 입자(1D)
가장 단순한 예를 손으로 풀자. 한 입자가 의 1차원 구간에 갇혀 있다고 하자. 안에서는 , 밖에서는 (입자가 벽 밖으로는 못 나간다). 안쪽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은
벽 밖에서 이므로 연속성을 위해 이라는 경계조건이 붙는다.
일반해는 , 단 . 은 곧 . 남은 조건 은 (자명해, 입자 없음) 이거나 (정수 ) 라는 두 가지를 강요한다. 두 번째 가능성이 우리가 찾는 답이다. 정규화 까지 적용하면
이 한 줄에서 세 가지 사실이 따라 나온다. (a) 에너지는 띄엄띄엄하다 — 만 허용된다. (b) 이므로 위로 갈수록 간격이 더 벌어진다. (c) — 갇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0이 아닌 최소 운동에너지가 존재한다. 이것이 영점에너지(zero-point energy) 다. 고전 입자라면 정지해서 일 수 있지만, 양자 입자는 그렇지 못하다.
본론 3 — 화학으로 옮겨오면
상자 속 입자는 장난감 모형이지만 화학에서의 스케일 감각을 단숨에 잡아 준다. 전자를 원자 정도의 상자 — (보어 반지름) — 에 가두면, 전자 질량 를 대입했을 때 이 약 . 차수가 정확히 eV(전자볼트) 영역, 즉 화학 결합 에너지와 가시광 광자 에너지의 영역이다. 1장의 “쿨롱 우물 안 전자” 그림은 사실상 “쿨롱 모양의 상자 안 입자” 였던 셈이고, 같은 논리가 다음 장의 수소 1s, 2s, 2p 구조를 낳는다.
여기서 한 가지 예고를 더 하자. 각 공간 고유상태 은 두 개의 전자를 담을 수 있다 — 스핀 업과 스핀 다운. 이것이 파울리 배타 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 다. 같은 양자수의 조합은 한 전자만 차지할 수 있다는 규칙. 주기율표가 2-8-8-18 처럼 채워지는 이유, 그리고 He 가 안정한 비활성 기체인 이유가 모두 이 한 줄에서 나온다. 자세한 정식화는 4장의 슬레이터 행렬식에서 다룬다.
파이썬으로 확인
# 상자 속 입자의 처음 세 고유함수와 에너지 사다리.
# 단위는 hbar = 1, m = 1, L = 1 로 둔다. 이때 E_n = n^2 * pi^2 / 2.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L = 1.0
N = 200
x = np.linspace(0.0, L, N)
# 에너지 비율 확인: E_n / E_1 = n^2
ratios = [(n, n**2) for n in range(1, 5)]
print("E_n / E_1 =", [r for _, r in ratios]) # [1, 4, 9, 16]
# 에너지 값과 파동함수
energies = [n**2 * np.pi**2 / 2 for n in (1, 2, 3)]
psis = [np.sqrt(2/L) * np.sin(n * np.pi * x / L) for n in (1, 2, 3)]
# 에너지 사다리 위에 파동함수를 쌓아 그린다
fig, ax = plt.subplots(figsize=(6, 5))
scale = 1.2 # 시각화용 진폭 조정
for n, (E, psi) in enumerate(zip(energies, psis), start=1):
ax.axhline(E, color="0.7", lw=0.8)
ax.plot(x, scale * psi + E, label=f"n={n}, E={E:.2f}")
ax.set_xlabel("x / L")
ax.set_ylabel("E (arb. units)")
ax.set_title("상자 속 입자: 에너지 사다리 위의 ψ_n")
ax.legend()
plt.tight_layout()
plt.show()
출력 리스트가 [1, 4, 9, 16] 으로 정확히 떨어지고, 그래프에서 위로 갈수록 마디(노드) 수가 늘면서 간격이 벌어진다면, 이 장의 두 핵심 — 양자화와 스케일링 — 을 손으로 만져 본 셈이다.
다음 장으로
3장: 다전자 원자와 원자 오비탈 에서는 같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3차원 쿨롱 퍼텐셜 에 대해 풀고, 그 결과로 나오는 1s, 2s, 2p, 3d … 의 오비탈 구조를 본다. 이 장의 상자 속 입자가 “갇히면 양자화된다” 의 가장 깨끗한 예시였다면, 다음 장은 그 그림이 실제 원자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나타나는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