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방성 난류와 에너지 캐스케이드
등방성 난류와 에너지 캐스케이드
큰 와동이 작은 와동에게 에너지를 넘기고, 결국 점성이 모두 열로 변환한다 — 콜모고로프의 법칙과 최소 와동 크기의 정체.
들어가며
이 장은 책 전체에서 가장 “난류다운” 그림을 그리는 장이다. 1장에서 나열한 다섯 가지 특성 — 확산성, 3차원 와도, 소산 — 이 어떻게 하나의 시나리오로 묶이는지 보여준다. 이 장을 끝내면 독자는 콜모고로프의 법칙이 왜 그런 모양이어야 하는지를 차원 분석만으로 설명할 수 있고, 난류에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최소 와동”이 왜 존재하는지를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10장(DNS)이 왜 그토록 비싼지에 대한 답도 이 장에서 미리 윤곽이 잡힌다.
본론 1 — 등방성이라는 이상화
등방성(isotropy) 은 흐름의 통계량이 회전에 대해 불변이라는 성질이다. 즉, 좌표축을 어떤 각도로 돌려도 평균 운동에너지, 분산, 상관함수 같은 통계가 변하지 않는다.
물리 세계의 난류 대부분은 등방적이지 않다.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위로 길게 늘어지고, 벽 근처에서는 벽에 평행한 방향이 두드러진다. 즉 큰 스케일은 거의 항상 비등방적이다. 그러나 와동이 점점 작아질수록, 이 방향성은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
콜모고로프(A. N. Kolmogorov, 1903–1987)는 이 사실을 한 가설로 격상시켰다: 작은 와동에서는 통계가 국소적으로 등방적이다(local isotropy). 이것은 모든 난류가 처음부터 등방적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방향 정보는 캐스케이드를 거치며 씻겨 나간다”는 주장이다. 이 이상화 덕분에 우리는 작은 스케일을 보편적인 단 하나의 그림으로 다룰 수 있다.
본론 2 — 리처드슨의 캐스케이드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L. F. Richardson, 1881–1953)은 1922년에 시 한 편을 남겼다. 풀어 쓰면 이런 뜻이다: 큰 소용돌이는 자기 속도를 먹고 사는 작은 소용돌이를 품고 있고, 작은 소용돌이는 더 작은 소용돌이를 품고 있고, 그렇게 분자 단위의 점성에 닿을 때까지 내려간다.
이 한 문장이 난류의 그림 전부다. 흐름에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가는 곳은 항상 큰 스케일이다 — 펌프, 날개, 풍속 차이. 이 에너지는 큰 와동을 만들고, 큰 와동은 불안정해서 자기보다 작은 와동으로 쪼개진다. 그 작은 와동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흘러간다. 이 흐름의 비율을 우리는 (epsilon, 단위 질량당 에너지 소산율) 이라 부른다. 단위는 .
핵심은 이 캐스케이드가 국소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중간 스케일 의 와동은 자기보다 약간 큰 와동에서 에너지를 받고, 자기보다 약간 작은 와동에 에너지를 넘긴다. 점프하지 않는다.
본론 3 — 콜모고로프의 세 가설과 법칙
1941년 콜모고로프는 위 그림을 세 개의 가설로 정리했다:
- 에너지 주입: 큰 와동이 단위 질량당 의 비율로 에너지를 주입한다.
- 관성 영역(inertial range): 큰 스케일과 작은 스케일 사이의 중간 영역에서는, 통계가 오직 과 파수 (wavenumber, 단위는 , 와동 크기의 역수) 에만 의존한다. 점성 (nu, 동점성계수, 단위 ) 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 소산 영역: 충분히 작은 스케일에서는 점성이 마침내 와동을 잡아먹고, 운동에너지가 열로 바뀐다.
가설 2가 가장 강력하다. 관성 영역의 에너지 스펙트럼 — 파수 근방에 담긴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 — 가 오직 과 만의 함수라면, 차원만으로 그 모양이 결정된다.
차원을 적어보자. , , . 의 양변 차원을 맞추면 , 이 유일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상수 를 콜모고로프 상수라 부른다. 이 한 줄이 20세기 난류 연구의 가장 유명한 결과이며, 풍동·해양·대기 측정 모두에서 관성 영역의 스펙트럼 기울기가 임이 확인되어 있다.
본론 4 — 콜모고로프 길이
캐스케이드는 어디서 멈출까? 와동이 작아질수록 그 와동의 국소 레이놀즈 수 가 줄어든다. 어떤 임계 크기에서 이 되면 점성이 관성을 압도하고, 그 와동은 더 쪼개지지 못한 채 열로 소산된다. 이 크기를 콜모고로프 길이 (eta) 라 부른다.
역시 차원 분석으로 떨어진다. 와 만으로 길이 차원을 가진 양은 단 하나:
상온 공기 ()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난류()라면 는 약 0.4 mm. 거실 안에서 일어나는 공기 흐름도 1 mm 이하의 최소 와동을 품고 있는 셈이다. 산업용 가스터빈처럼 이 더 큰 경우에는 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내려간다.
이 숫자가 다음 장의 첫 문장을 결정한다: DNS는 격자 크기를 까지 줄여야 한다. 그래서 DNS의 계산량은 의 약 3제곱으로 폭증하고, 산업 흐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 것이다.
파이썬으로 확인
# 가짜 스펙트럼을 만들고 관성 영역에서 기울기를 측정한다.
# 결과는 -5/3 ≈ -1.667 근방이어야 한다.
import numpy as np
# 파수: 1 ~ 1000 (대수 등간격)
k = np.logspace(0, 3, 200)
# 관성 영역에서는 E ~ k^(-5/3),
# 점성 소산 영역에서는 지수함수로 감쇠한다고 가정.
eps = 0.01 # 에너지 소산율 [m^2/s^3]
C = 1.5 # 콜모고로프 상수
E = C * eps**(2/3) * k**(-5/3) * np.exp(-(k / 600)**2)
# 관성 영역만 잘라서 로그-로그 직선 피팅
mask = (k >= 5) & (k <= 100)
slope, intercept = np.polyfit(np.log10(k[mask]), np.log10(E[mask]), 1)
print(f"관성 영역 기울기 = {slope:.3f} (이론값 -1.667)")
# 콜모고로프 길이도 확인해 본다.
nu = 1.5e-5 # 공기의 동점성계수 [m^2/s]
eta = (nu**3 / eps)**(1/4)
print(f"콜모고로프 길이 eta = {eta*1e3:.3f} mm")
출력 기울기가 근방에 떨어지고, 가 1 mm 미만으로 나오면 캐스케이드의 두 핵심 식을 모두 손으로 만져본 셈이다.
다음 장으로
10장: 직접수치모사(DNS)에서는 이 장에서 본 가 왜 계산 비용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를 격자 점 수의 스케일링과 함께 정량적으로 다룬다. 캐스케이드 그림이 머릿속에 있으면 DNS·LES·RANS의 트레이드오프가 훨씬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