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과 분극성 — 쌍극자 모멘트와 분극률
극성과 분극성 — 쌍극자 모멘트와 분극률
전하 중심이 어긋난 분자는 영구 쌍극자를 갖고, 그렇지 않은 분자도 외부 전기장 속에서는 유도 쌍극자 를 만든다.
들어가며
지금까지는 분자 하나의 내부 — 결합과 분자 오비탈 — 를 보았다. 이 장은 분자가 바깥에 대해 어떻게 보이는지를 다룬다. 분자가 영구적으로 띤 쌍극자 모멘트와, 전기장에 반응해 일시적으로 만들어내는 유도 쌍극자, 이 두 가지다. 이 장을 끝내면 독자는 H₂O는 극성인데 CO₂는 왜 무극성인지를 기하로 설명할 수 있고, 굴절률·분산력·라만 산란이 모두 같은 양 — 분극률 — 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한 줄로 말할 수 있다.
본론 1 — 영구 쌍극자 모멘트
양전하 중심과 음전하 중심이 한 점에서 겹치지 않는 분자는 영구 쌍극자 모멘트(permanent dipole moment) 를 갖는다. 크기는
로, 는 분리된 전하량, (벡터 d)는 음전하 중심에서 양전하 중심으로 향하는 변위 벡터다. 화학에서는 (mu, 쌍극자 모멘트)의 방향을 음에서 양으로 잡는다 — 물리학의 관례와 반대인데, 이 책에서는 화학 관례로 통일한다. 단위는 디바이(Debye) 를 쓰며, 1 D C·m 이다.
기하가 곧 극성을 결정한다. 물 H₂O 는 굽은 구조여서 두 O–H 결합 쌍극자가 상쇄되지 않고 D 를 남긴다. 반면 이산화탄소 CO₂ 는 O=C=O 일직선이라 두 C=O 쌍극자가 정확히 상쇄되어 이다. HF 는 D, 암모니아 NH₃ 는 피라미드 구조로 D. 결합이 극성이어도 분자 전체는 무극성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본론 2 — 유도 쌍극자와 분극률
영구 쌍극자가 없는 분자도 외부 전기장에 무관하지 않다. 전기장 가 걸리면 전자 구름이 장과 반대 방향으로 살짝 밀려나고, 그 결과 유도 쌍극자(induced dipole) 가 생긴다. 장이 너무 세지 않은 선형 응답 영역에서는
로 장에 정비례한다. 비례상수 (alpha, 분극률)는 분자가 얼마나 “물렁한 전자 구름”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분자 고유의 성질이다. CGS 단위계에서는 부피 차원을 가지며, 작은 분자에서 대략 m³ 정도다. 전자가 많고 느슨하게 묶인 큰 분자일수록 가 크다. 엄밀히는 비등방성 분자에서 는 방향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2계 텐서 — 두 개의 첨자로 입력 방향과 출력 방향을 잇는 행렬 — 이지만, 이 장에서는 스칼라로 다룬다.
본론 3 — 분극률이 중요한 이유
분극률은 화학과 광학 곳곳에 등장한다. 굴절률은 ( 은 단위 부피당 분자 수) 라는 클라우지우스–모소티 관계로 분극률과 직접 연결된다. 11장에서 다룰 중성 분자 사이의 분산력도 서로의 순간 쌍극자가 상대를 분극시키는 효과다. 라만 산란의 선택 규칙은 “분극률의 변화”로 진동 모드가 활성인지를 가른다. 레이저장에 대한 분자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전기장 속 분자의 총 쌍극자는
로 전개된다. 는 영구 쌍극자, 선형 항이 분극률, 그리고 차수의 항이 초분극률(hyperpolarizability) 로 비선형 광학의 출발점이다.
파이썬으로 확인
# 세 가지 분극률에 대해 유도 쌍극자 mu_ind(E) = alpha * E 를 그린다.
# 선형 응답 영역이므로 세 곡선 모두 직선이어야 한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 원자단위(a.u.)의 전기장: 1 a.u. ~ 5.14e11 V/m
E = np.linspace(0, 0.05, 100)
alphas = [1, 5, 20] # 분극률 (a.u.)
for alpha in alphas:
mu_ind = alpha * E # 선형 응답: mu_ind = alpha * E
plt.plot(E, mu_ind, label=f"alpha = {alpha} a.u.")
plt.xlabel("전기장 E (a.u.)")
plt.ylabel("유도 쌍극자 mu_ind (a.u.)")
plt.title("선형 응답 영역의 유도 쌍극자")
plt.legend()
plt.show()
세 곡선이 모두 원점을 지나는 직선으로 나오면 선형 응답을 손으로 확인한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분자에서 a.u. 를 넘어서면 비선형 보정 — 초분극률 항 — 이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그린 선형 영역은 의도적인 근사임을 기억하자.
다음 장으로
11장: 분자간 힘에서는 이 장의 영구 쌍극자와 유도 쌍극자가 어떻게 분자 사이의 인력 — 쌍극자–쌍극자, 쌍극자–유도쌍극자, 그리고 순수한 분산력 — 으로 이어지는지를 다룬다. 분극률이라는 한 양이 액체의 끓는점부터 기체의 응축까지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그 장의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