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오비탈 이론 — LCAO와 결합/반결합
분자 오비탈 이론 — LCAO와 결합/반결합
원자 오비탈을 더하거나 빼는 단순한 처방에서 어떻게 결합과 반결합, 그리고 σ와 π의 그림이 떨어져 나오는지 — H₂⁺ 한 분자로 끝까지 따라간다.
들어가며
5장에서 우리는 결합을 “두 원자 사이에 전자쌍을 공유한다”는 루이스식 그림으로 다뤘다. 이 장은 그 그림을 양자역학으로 갈아 끼운다. 핵심 도구는 LCAO(Linear Combination of Atomic Orbitals) — 분자 오비탈을 원자 오비탈의 선형결합으로 적는다는, 외관상 너무 단순해 보이는 처방이다. 이 한 줄에서 결합 오비탈과 반결합 오비탈, σ와 π, 그리고 “왜 He₂는 안정한 분자가 되지 못하는가” 같은 정성 그림이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다음 장의 π-공액계와 휘켈 이론은 이 장의 σ·π 구분이 머릿속에 있어야 비로소 깨끗하게 읽힌다.
본론 1 — LCAO라는 시도
분자에서 전자가 어디 있는지를 묘사하는 함수가 분자 오비탈(molecular orbital, MO) (psi) 다. 정확한 를 풀려면 다체 슈뢰딩거 방정식을 직접 다뤄야 하지만, 직관적인 근사가 하나 있다. 원자 A 위의 원자 오비탈 (phi)와 원자 B 위의 를 가져와서 그 둘의 선형결합으로 적자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등핵 이원자(H₂⁺ 혹은 H₂) 에서는 두 원자가 화학적으로 동등하므로 대칭에 의해 가 강요된다. 결과적으로 가능한 결합은 다음 두 가지뿐이다:
규격화 을 부과하면, 두 원자 오비탈 사이의 겹침 적분(overlap integral) 가 자동으로 들어와서
가 된다. 부호 쪽은 두 원자 사이 영역에서 두 1s 함수가 건설적으로 더해져 전자 밀도가 핵 사이에 쌓이는 결합(bonding) 오비탈이고, 부호 쪽은 두 핵 사이에 마디(node)가 생겨 전자 밀도가 핵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반결합(antibonding) 오비탈이다. 흔히 와 로 쓴다.
본론 2 — 결합과 반결합은 대칭이 아니다
LCAO에서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정량적 사실은 두 MO의 에너지가 원자 에너지에 대해 대칭이지 않다는 점이다. 해밀토니안 행렬 원소를 다음처럼 적자. 같은 원자 위에서 평가한 (on-site, 쿨롱 적분), 두 원자에 걸쳐서 평가한 (off-site, 공명 적분 또는 호핑). 는 안정한 결합에서 음수다. 그러면 두 MO의 에너지는
원자 수준 에 대해 결합 오비탈은 만큼 내려가고, 반결합 오비탈은 만큼 올라간다. 분모의 차이 때문에 반결합의 불안정화가 결합의 안정화보다 크다. 이 한 줄이 그 유명한 결론을 낳는다: 두 원자가 전자 2개를 가져오면 (H₂) 둘 다 결합 오비탈에 들어가서 분자가 안정해진다. 네 개를 가져오면 (가상의 He₂) 두 개는 결합, 두 개는 반결합으로 들어가는데, 반결합 쪽의 손해가 결합 쪽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순 손해가 나서 분자가 존재하지 못한다. 헬륨이 비활성 기체로 머무는 양자역학적 이유가 이것이다.
본론 3 — σ와 π
LCAO는 1s끼리만 더해 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더할 수 있는 원자 오비탈의 모양은 다양하고,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MO의 공간 대칭도 달라진다. 결합축(보통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켰을 때 MO가 변하지 않으면 — 즉 축 주위로 원통 대칭이면 — 그 MO를 라 부른다. 1s + 1s, 그리고 두 2p 가 end-on 으로 마주 본 결합이 σ다. 반대로 결합축 위에서 MO 값이 0인 마디 평면을 가지면 라 부른다. 두 2p 혹은 두 2p 가 side-on 으로 평행하게 만나 만들어지는 결합이 π다.
이 분류가 화학 결합의 위계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단일결합 = 1σ. 이중결합 = 1σ + 1π. 삼중결합 = 1σ + 2π. σ 결합은 핵 사이에 전자 밀도가 가장 많이 쌓이는 모양이라 짧고 강하다. π 결합은 옆에서 슬쩍 겹치는 모양이라 σ보다 약하지만, 이중·삼중 결합의 추가 에너지와 이중결합 주위의 회전 강성은 모두 이 π 결합에서 온다. 다음 장의 부타다이엔이나 벤젠 같은 π-공액계는 이 σ 골격을 그대로 둔 채 π 오비탈만 모아 놓고 휘켈 근사로 풀어 나가게 된다.
파이썬으로 확인
# H2+ 의 결합/반결합 곡선을 LCAO + Slater 1s 로 그린다.
# 원자 단위: hbar = m_e = e = 4πε₀ = 1. 길이는 보어 반지름.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R = np.linspace(0.5, 6.0, 200)
# 겹침 적분과 해밀토니안 행렬 원소 (H2+의 1s-1s 닫힌 형식)
S = (1 + R + R**2 / 3) * np.exp(-R)
T_AA = 0.5 * np.ones_like(R)
V_AA = -1.0/R + (1.0 + 1.0/R) * np.exp(-2*R)
T_AB = -0.5 * (S - 2 * (1 + R) * np.exp(-R))
V_AB = -(1 + R) * np.exp(-R) / R
H_AA = T_AA + V_AA
H_AB = T_AB + V_AB
# 전자 에너지 + 핵-핵 반발 1/R
E_plus = (H_AA + H_AB) / (1 + S) + 1.0 / R # 결합 σ
E_minus = (H_AA - H_AB) / (1 - S) + 1.0 / R # 반결합 σ*
i_min = int(np.argmin(E_plus))
print(f"결합 곡선 최소점: R ≈ {R[i_min]:.2f} a0, E ≈ {E_plus[i_min]:.3f} Hartree")
plt.plot(R, E_plus, label="σ (결합)")
plt.plot(R, E_minus, label="σ* (반결합)")
plt.axhline(-0.5, color="0.6", lw=0.8, ls="--", label="H + H⁺ 무한분리")
plt.xlabel("R / a₀"); plt.ylabel("E / Hartree")
plt.title("H₂⁺: LCAO 결합/반결합 곡선")
plt.legend(); plt.tight_layout(); plt.show()
결합 곡선의 최소가 a ( Å) 근방에서 Hartree ( eV)로 떨어지면, H + H⁺ 무한분리 기준선 Hartree 아래로 약 Hartree 만큼 내려간 셈이다. 실험 결합 에너지 eV 와 같은 차수의 값이고, LCAO라는 한 줄짜리 처방이 정성적으로뿐 아니라 정량적으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손으로 확인한 셈이다.
다음 장으로
7장: π-공액계와 휘켈 이론에서는 이 장에서 분리한 σ 골격을 동결시킨 채 π MO만 따로 떼어 내, 부타다이엔과 벤젠 같은 공액 사슬에서 휘켈 행렬의 고유값으로 분자 색·반응성·방향족성을 한 번에 설명한다. 결합/반결합 그림과 σ/π 분류가 머릿속에 있다면 다음 장의 휘켈 행렬은 거의 자명한 일반화로 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