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양자성 — 광자, 광전효과, 흑체복사
빛의 양자성 — 광자, 광전효과, 흑체복사
빛은 연속적인 파동이 아니라 의 알갱이로 온다 — 흑체와 광전효과가 그렇게 말한다.
들어가며
3장까지는 원자 안의 전자를 양자화된 대상으로 다뤘다. 이 장은 반대편 — 빛 자체도 양자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본다. 흑체복사와 광전효과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두 실험적 위기였고, 둘 모두 같은 가설 한 줄 — 빛은 의 묶음으로 흡수·방출된다 — 로 동시에 풀린다. 이 장을 끝내면 독자는 자외선 파탄이 왜 일어났고 플랑크가 어떻게 그것을 막았는지, 그리고 광자라는 개념이 분자의 흡수·방출 스펙트럼(9–11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한 줄로 말할 수 있다.
본론 1 — 플랑크의 양자가설
고전 전자기학에 통계역학의 등분배 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온도 의 흑체가 진동수 (nu, 단위 Hz) 근방에서 단위 부피·단위 진동수당 방출하는 에너지는 레일리–진스 법칙으로
가 된다. (boltzmann 상수, J/K)는 열에너지 의 척도다. 문제는 이 식이 에서 발산한다는 것이다. 전체 복사 에너지를 로 적분하면 무한대가 나온다. 모든 따뜻한 물체는 자외선·X선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는 결론. 이것이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 이다.
1900년, 플랑크(M. Planck) 는 한 가지 가설을 도입한다: 진동수 의 빛은 크기의 묶음으로만 흡수·방출된다. 여기서 (플랑크 상수)는 J·s. 이 가설을 통계역학에 넣으면 등분배 정리는 자동으로 깨지고 — 한 모드를 켜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 가 보다 크면 그 모드는 거의 꺼져 있다 — 스펙트럼은 다음 모양이 된다:
저진동수 극한 에서는 분모가 가 되어 레일리–진스 법칙으로 환원되고, 고진동수에서는 지수함수가 분모를 폭증시켜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곡선의 정점 파장은 빈의 변위 법칙(Wien displacement law)
로 떨어진다. 태양 표면 K 이면 nm — 정확히 사람 눈이 가장 잘 보는 초록 근처다.
본론 2 — 광전효과
플랑크 본인은 자기 가설을 “수학적 트릭”으로 여겼다. 빛이 정말로 양자화되어 있다는 직접 증거는 1905년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설명에서 나왔다.
금속에 자외선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고전적으로는 빛의 세기를 충분히 올리면 어떤 진동수에서든 결국 전자가 나와야 한다 — 강한 파동은 전자를 그만큼 세게 흔들 테니까. 그러나 실험은 정반대였다. 진동수가 어떤 문턱 보다 낮으면 빛이 아무리 강해도 전자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문턱을 넘기면 약한 빛에서도 즉시 나온다. 게다가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빛의 세기가 아니라 진동수에만 비례한다.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광자 가설을 따른다: 빛은 짜리 알갱이(광자)의 흐름이고, 한 광자가 한 전자에 자신의 에너지를 통째로 넘긴다. 금속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데는 일함수(work function)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이고, 이면 광자 하나로는 전자를 떼낼 수 없다. 빛의 세기를 올리는 것은 광자 수 를 늘리는 것이지 광자 한 알의 에너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므로, 문턱 아래에서는 아무리 강한 빛도 무용지물이다. 이 한 줄이 빛이 진짜로 알갱이라는 결정적 증거였고, 아인슈타인은 이 일로 1921년 노벨상을 받았다.
본론 3 — 화학에 주는 함의
광자는 양자상태를 잇는다. 분자가 에너지 인 상태에서 인 상태로 올라간다면, 흡수되는 광자의 진동수는 보존법칙으로
이고, 반대로 같은 진동수의 광자가 방출되며 내려온다. 흡수 스펙트럼과 방출 스펙트럼은 분자의 에너지 사다리를 직접 찍은 사진과 같다. 어느 전이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선택규칙(selection rule) 은 9장에서 다룬다.
가시광선 광자의 에너지는 약 1.8 eV (700 nm 빨강) 에서 3.1 eV (400 nm 보라) 사이다. 우연이 아니게도, 이 범위는 분자의 원자가전자 전이 에너지와 정확히 겹친다. 우리가 색을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모든 염료, 모든 색소, 잎의 클로로필 한 분자까지도 자기만의 쌍을 가지고 있고, 그 쌍이 라는 파장으로 우리 눈에 읽힌다. 자외선·적외선이 안 보이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그 광자 에너지는 망막 분자의 전이 사다리와 맞지 않는다.
이 그림은 5장에서 곧 쓰인다 — 두 원자가 결합할 때 형성되는 결합·반결합 궤도 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그 분자가 흡수할 빛의 색을 결정한다.
파이썬으로 확인
# 플랑크의 흑체 스펙트럼을 세 온도에서 그리고,
# 빈의 변위 법칙으로 정점 파장을 표시한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h = 6.62607015e-34 # J·s
c = 2.99792458e8 # m/s
k_B = 1.380649e-23 # J/K
# 파장 격자: 100 nm ~ 3000 nm
lam = np.linspace(100e-9, 3000e-9, 800)
def u_lambda(lam, T):
# u(λ, T) = (8π h c / λ^5) · 1/(exp(hc/λkT) - 1)
x = h * c / (lam * k_B * T)
return (8 * np.pi * h * c / lam**5) / (np.exp(x) - 1)
temps = [3000, 5800, 10000] # 백열등, 태양, 뜨거운 별
colors = ['tab:red', 'tab:orange', 'tab:blue']
fig, ax = plt.subplots(figsize=(7, 4))
for T, col in zip(temps, colors):
ax.plot(lam * 1e9, u_lambda(lam, T), color=col, label=f'T = {T} K')
lam_max = 2.898e-3 / T # 빈의 변위 법칙
ax.axvline(lam_max * 1e9, color=col, linestyle='--', alpha=0.6)
print(f"T = {T:>5d} K → λ_max ≈ {lam_max*1e9:6.1f} nm")
ax.set_xlabel('파장 λ [nm]')
ax.set_ylabel('u(λ, T) [J/m^4]')
ax.set_title('플랑크 흑체 스펙트럼')
ax.legend()
plt.tight_layout()
plt.show()
출력에서 태양 온도의 정점이 가시광선 영역(약 500 nm)에 떨어지면, 빈의 변위 법칙과 플랑크 식이 동시에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곡선이 단파장 쪽에서 발산하지 않고 부드럽게 0으로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자외선 파탄을 막은 그 한 줄짜리 가설 — — 의 흔적이다.
다음 장으로
5장: 원자는 왜 결합하는가에서는 두 수소 원자가 만나 H 분자가 될 때 어떤 양자역학적 이득이 발생하는지를 본다. 이 장에서 본 광자–전이 그림은 그대로 이어진다 — 결합·반결합 궤도의 에너지 차이가 분자가 흡수할 빛의 진동수를 결정하고, 그것이 곧 그 물질의 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