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분 가능한 계 — 토러스 위의 운동

nn개의 서로 가환하는 보존량이 있으면 운동은 nn차원 토러스 위에 갇힌다 — 케플러 문제가 그렇게 닫힌 타원이 되는 이유.

들어가며

해밀턴 형식의 한 가지 매력은 “운동을 푼다”는 행위가 곧 “충분히 많은 보존량을 찾는다”는 행위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충분히 많다는 게 정확히 얼마인지, 그리고 그 보존량들이 갖춰야 할 대수적 조건이 무엇인지를 답한 것이 리우빌–아르놀트 정리(Liouville–Arnold theorem) 다. 이 장을 마치면 독자는 “적분 가능”이라는 단어가 막연한 표현이 아니라 위상공간이 토러스로 잘게 잘린다는 기하학적 진술임을 이해하고, 케플러 궤도가 닫히는 것이 라플라스–룽게–렌츠 벡터라는 숨은 보존량 때문임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본론 1 — 리우빌–아르놀트 정리

자유도 nn인 해밀턴 계의 위상공간은 2n2n차원이다. 좌표를 (qi,pi)(q_i, p_i), i=1,,ni = 1, \ldots, n 로 쓰자. 위상공간 위의 두 함수 F,GF, G 에 대해 푸아송 괄호(Poisson bracket)

{F,G}=i=1n(FqiGpiFpiGqi)\{F, G\} = \sum_{i=1}^{n} \left( \frac{\partial F}{\partial q_i} \frac{\partial G}{\partial p_i} - \frac{\partial F}{\partial p_i} \frac{\partial G}{\partial q_i} \right)

로 정의한다. 두 함수가 가환(involution)이라는 말은 {F,G}=0\{F, G\} = 0 이라는 뜻이다.

이제 정의를 적는다. 2n2n차원 위상공간 위의 해밀턴 계가 리우빌 적분 가능(Liouville-integrable) 하다는 것은, 매끄럽고 함수적으로 독립인 nn개의 함수 F1,,FnF_1, \ldots, F_n 이 존재하여 모든 i,ji, j 에 대해 {Fi,Fj}=0\{F_i, F_j\} = 0 이고, 그중 하나가 해밀토니안 HH 자체인 경우를 말한다.

리우빌–아르놀트 정리의 결론은 두 줄로 요약된다. 공통 등위집합 {Fi=ci}i=1n\{F_i = c_i\}_{i=1}^{n} 이 콤팩트하고 연결되어 있다면, 그 집합은 nn차원 토러스 TnT^n 와 미분동형(diffeomorphic)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적당한 좌표계 — 작용–각 변수(action–angle variables) (Ji,θi)(J_i, \theta_i) — 를 잡으면 해밀턴 방정식이 다음과 같이 자명해진다:

J˙i=0,θ˙i=ωi(J)\dot J_i = 0, \qquad \dot \theta_i = \omega_i(J)

각 토러스마다 고유한 진동수 벡터 ω(J)\omega(J) 가 있고, 운동은 그 토러스를 등속으로 감는 직선이 된다. 진동수들이 유리수 비율이면 궤적은 닫히고, 무리수 비율이면 토러스 전체를 빽빽이 채운다.

본론 2 — 적분 가능한 계는 왜 드문가

위상공간 어디서나 nn개의 가환 보존량을 찾을 수 있다는 조건은 사실 매우 강한 조건이다. 일반적인(generic) 해밀토니안은 자기 자신 HH 외의 보존량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적분 가능성은 비일반적(non-generic) 성질이며, 임의의 작은 섭동만 가해도 깨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에서 자주 만나는 모형 중 적분 가능한 것의 목록은 짧지만 강력하다: 자유 입자, 임의 자유도의 조화진동자, 케플러 문제, 강체의 오일러 자유 회전, 그리고 일차원 다입자 모형인 칼로제로–모저(Calogero–Moser) 모형 등이다. 이 목록이 짧다는 사실 자체가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분석적으로 풀 수 있는 모형은 위상공간 전체에서 보면 측도 0의 예외라는 것이다.

4장에서 다룰 KAM(콜모고로프–아르놀트–모저) 이론은 이 적분 가능성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를 정량화한다. 어떤 토러스는 살아남고, 어떤 토러스는 사라지며, 그 경계는 진동수 비율의 수론적 성질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미리 예고편이다.

본론 3 — 케플러의 숨은 대칭

3차원 케플러 문제의 해밀토니안은

H=p22mkrH = \frac{|\vec p|^2}{2m} - \frac{k}{r}

이고 k>0k > 0, r=rr = |\vec r| 이다. 명백한 보존량은 에너지 EE, 각운동량 크기 제곱 L2|\vec L|^2, 그리고 zz 성분 LzL_z 의 세 개 — 3 자유도이므로 이것만으로 이미 리우빌 적분 가능 조건을 만족한다.

그런데 케플러는 추가로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라플라스–룽게–렌츠 벡터(Laplace–Runge–Lenz vector)

A=p×Lmkrr\vec A = \vec p \times \vec L - m k \, \frac{\vec r}{r}

는 모든 케플러 궤도를 따라 보존된다. 이 벡터의 방향은 타원 궤도의 장축, 즉 근일점을 향한다. 일반적인 중심력 — 예컨대 1/r1/r 이 아닌 다른 거듭제곱 — 에서는 이 양이 보존되지 않으며, 그래서 행성 궤도가 한 바퀴 돌고도 닫히지 않고 세차(precession) 한다. 케플러 궤도가 정확히 닫힌 타원이라는 사실, 즉 모든 행성이 2π2\pi 마다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이 숨은 대칭의 직접적인 결과다. 증명은 생략하고, 다음 절에서 수치적으로 확인한다.

파이썬으로 확인

# 2차원 케플러: m=k=1, 손으로 짠 RK4 적분으로 닫힌 타원을 그린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m, k = 1.0, 1.0

def accel(r):
    # 중력 가속도: -k * r / |r|^3
    return -k * r / np.linalg.norm(r)**3

def rhs(state):
    r, v = state[:2], state[2:]
    return np.concatenate([v, accel(r) / m])

def rk4_step(s, dt):
    k1 = rhs(s)
    k2 = rhs(s + 0.5*dt*k1)
    k3 = rhs(s + 0.5*dt*k2)
    k4 = rhs(s + dt*k3)
    return s + (dt/6.0) * (k1 + 2*k2 + 2*k3 + k4)

dt, T = 0.005, 30.0
N = int(T / dt)
s = np.array([1.0, 0.0, 0.0, 0.8])  # r0=(1,0), v0=(0,0.8)
traj = np.empty((N+1, 4)); traj[0] = s
for i in range(N):
    s = rk4_step(s, dt); traj[i+1] = s

def E_L_A(s):
    r, v = s[:2], s[2:]
    rn = np.linalg.norm(r)
    p = m * v
    E = 0.5*m*np.dot(v, v) - k/rn
    Lz = r[0]*v[1] - r[1]*v[0]            # 2D 각운동량의 z성분
    A = np.array([p[1]*Lz, -p[0]*Lz]) - m*k*r/rn  # LRL 벡터
    return E, Lz, A

E0, L0, A0 = E_L_A(traj[0])
E1, L1, A1 = E_L_A(traj[-1])
print(f"E:  {E0:+.8f} -> {E1:+.8f}")
print(f"Lz: {L0:+.8f} -> {L1:+.8f}")
print(f"A:  {A0} -> {A1}")

plt.plot(traj[:,0], traj[:,1]); plt.axis('equal')
plt.xlabel('x'); plt.ylabel('y'); plt.title('Kepler orbit')
plt.show()

EELzL_z10610^{-6} 이하의 오차로 보존되고, A\vec A 의 두 성분도 거의 변하지 않으면 라플라스–룽게–렌츠 벡터의 보존성을 손으로 만져본 셈이다. 궤도 그림은 정확히 한 바퀴 돈 뒤 같은 자리에 돌아오는 닫힌 타원이어야 한다.

다음 장으로

4장: 섭동 이론에서는 적분 가능성이 깨질 때 토러스가 어떻게 부서지는지를 본다. 작은 섭동을 가했을 때 어떤 진동수 비율의 토러스가 살아남고 어떤 것이 카오스의 바다에 잠기는지 — 이것이 KAM 정리의 본론이며, 적분 가능이라는 이상화가 실제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