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장론 — 스칼라장과 클라인–고든
고전 장론 — 스칼라장과 클라인–고든
시공간의 모든 점에 하나의 실수를 얹는다 — 가장 단순한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이 어떻게 작용 원리에서 떨어지는가.
들어가며
5장에서 한 일을 한 줄로 다시 적자. 라그랑지안 형식이 입자 에서 장(field) 으로 확장됐다. 자유도가 셀 수 있는 집합 에서 시공간 위에 깔린 연속 함수 로 바뀌었다. 시간 한 변수만의 함수였던 좌표가 시공간 네 변수의 함수가 됐고, 시간 적분으로만 적혀 있던 작용 가 시공간 전체에 대한 적분 로 늘어났다. 하지만 골격 은 그대로다 — “작용을 정류시키면 운동방정식이 떨어진다”는 변분원리는 자유도의 수 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 사실이 5장의 핵심이었다.
이 장은 그 골격을 가장 단순한 한 사례 에 적용한다. 그 사례가 실 스칼라장(real scalar field) — 시공간의 각 점에 실수 한 개 를 얹는 가장 기본적인 장 — 이다. 스칼라가 가장 단순하다는 말은 — 방향 이 없다, 즉 좌표축을 회전시키거나 부스트(boost, 운동좌표계로의 변환) 를 가해도 값 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벡터장(전기장 , 자기 퍼텐셜 같은) 은 좌표 회전 아래에서 성분이 섞이고, 텐서장(전자기 장세기 , 중력 계량 같은) 은 두 첨자가 동시에 섞인다. 스칼라장은 그 모든 복잡함이 빠진 바닥 의 그림이다. 그래서 장 이론을 처음 배울 때 — 얻을 수 있는 가장 깨끗한 결과 가 스칼라장에서 떨어진다.
이 장을 마치면 독자는 작용 한 줄 — — 에서 운동방정식 한 줄 — , 곧 클라인–고든 방정식(Klein–Gordon equation) — 을 자기 손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왜 이 방정식이 양자장론으로 가는 첫 디딤돌 이 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본론은 셋이다. 본론 1은 4-벡터 도구상자 를 셋업한다 — 시간과 공간을 한 묶음으로 적는 표기, 계량 텐서, 아인슈타인 합 규칙, 달랑베르시안. 본론 2는 그 도구로 스칼라장 라그랑지안을 적고, EL 방정식을 손계산으로 돌려 클라인–고든을 떨어뜨린다. 본론 3은 왜 이 한 줄의 방정식이 20세기 입자물리학의 출발선이 되었는지 — 그리고 왜 슈뢰딩거가 처음 시도했다가 버렸는지 — 의 역사를 짚는다.
이 장에서 쓸 시공간 계량(metric) 의 부호 규약을 먼저 못박자. (+, -, -, -), 즉 — 이른바 mostly-minus 규약이다. 시간 성분이 , 공간 성분 세 개가 . 왜 이걸 짚고 시작하느냐면 — 다른 책에서는 mostly-plus 규약 을 쓰는 곳도 흔하기 때문이다. 같은 식이라도 어떤 규약을 쓰느냐에 따라 부호가 뒤집힐 수 있어, 책마다 결과를 비교할 때 혼란이 생긴다. 입자물리학·QFT 전통은 mostly-minus, 일반상대론·중력 전통은 mostly-plus를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만 기억해 두면 된다. 또한 본문 중반부터는 자연 단위계 로 놓는다 — 시간과 길이가 같은 단위로 적히고, 가 그냥 로 쓰여, 식이 한층 깔끔해진다. 이 단위계의 의미 도 본론 1에서 한 줄 풀겠다.
본론 1 — 4-벡터 셋업
시공간 위의 한 점을 4-벡터 로 적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그리스 첨자 (뮤, mu) 는 0부터 3까지 달린다. 0번째 성분이 시간 곱하기 광속 , 1·2·3번째가 공간 좌표 다. 학부 역학에서 익숙했던 — 세미콜론으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한 그림 — 이 콤마로 하나의 4-벡터에 묶이는 그림으로 바뀐다. 이 한 줄의 표기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 시간과 공간이 같은 기하 안에 대등하게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학부 역학에서 시간은 모든 좌표계에서 똑같이 흐르는 절대적 양이었지만, 상대론에서 시간은 공간 세 좌표와 같이 회전·부스트로 섞이는 한 좌표다. 시간과 공간을 한 묶음 으로 적는 것이 그 사실의 표기적 인정이다.
왜 인가 — 왜 그냥 가 아닌가? 단위 때문이다. 공간 좌표 는 길이 단위(m) 인데 는 시간 단위(s) 다. 두 양을 같은 4-벡터의 성분 으로 묶으려면 단위를 맞춰야 한다. 광속 (m/s) 를 곱해 로 적으면 길이 단위가 되어 공간 성분과 단위가 맞는다. 좀 더 깊은 의미는 — 광속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보편 상수 라는 사실, 즉 어떤 좌표계에서도 같은 값 인 광속이 시간 단위와 길이 단위 사이의 변환 인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본문 중반에 로 놓는 자연 단위계는 — 광속을 단위로 잡아 시간과 길이를 같은 단위 로 측정한다는 의미고, 이 경우 가 되어 표기가 한층 간결해진다.
계량 텐서(metric tensor) 는 두 4-벡터의 내적 을 정의하는 양이다. 4-벡터 두 개 와 가 있을 때, 그들의 내적은
로 잡힌 행렬을 끼워 으로 계산된다. 시간 성분의 곱은 양수, 공간 성분의 곱은 음수 — 그래서 부호가 한 군데서만 양인 mostly-minus 라 부른다. 이 부호 비대칭이 시간과 공간을 구분 하는 유일한 정보다 — 둘 다 4-벡터의 성분이지만 내적 에서 반대 부호 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간이 특별한 한 좌표 임이 식에 남아 있다.
헷갈리는 자리: 계량 부호 규약은 책마다 다르다. 이 책은 mostly-minus . 입자물리학·양자장론 전통이다. 일반상대론 책에서는 mostly-plus 가 흔히 쓰인다. 같은 식이라도 부호가 뒤집힐 수 있으니 — 다른 책의 식을 가져올 때는 어떤 규약을 쓰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제 첨자 의 위치 가 의미를 가진다. 위 첨자 (예: ) 가 달린 양을 반변(contravariant) 4-벡터라 부르고, 아래 첨자 (예: ) 가 달린 양을 공변(covariant) 4-벡터라 부른다. 두 사이는 계량 으로 변환된다 — , 거꾸로 . 여기서 는 의 역행렬이고 — 우리의 계량은 대각선이 ±1 이므로 역행렬도 같은 모양 이다. 즉 . 첨자를 내리는/올리는 일은 — 시간 성분은 부호가 그대로, 공간 성분은 부호가 뒤집힌다. 였다면 가 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합 규칙(Einstein summation) — 같은 첨자가 위와 아래에 한 번씩 나오면 자동으로 0부터 3까지 합한다 는 규칙. 예컨대 라 적으면 그 자리에 암묵적으로 가 들어가 있다는 약속이다. 합 기호 을 매번 적지 않아도 되어 식이 한층 깔끔해진다. 이 규칙은 — 위·아래 첨자가 짝 일 때만 합이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과 결합된다. 같은 첨자가 둘 다 위 또는 둘 다 아래 로 나오면 — 합이 아니라 오타 거나 특별한 의미 (대각선만 합) 다.
편미분 연산자를 4-벡터로 묶으면 다음 모양이 나온다.
이 식의 부호 구조 를 한 줄 풀자. — 위 첨자가 달린 로 미분 — 의 자연스러운 정의에서, 시간 성분은 , 공간 성분은 (즉 ) 가 떨어진다. 첨자를 올린 는 — 시간 성분은 부호가 그대로 ( 이므로), 공간 성분은 부호가 뒤집힌다 ( 이므로). 즉 공간 성분만 에서 로 바뀐다.
헷갈리는 자리: 와 는 부호가 다르다 — 공간 성분에서. 첨자의 위치에 따라 인지 인지가 결정된다. 식을 쓸 때 첨자 위치를 틀리면 부호가 뒤집힌다 — 손계산할 때 가장 흔히 실수하는 자리.
두 연산자를 한 번 더 축약 하면 — 즉 와 를 아인슈타인 합 규칙으로 묶으면 — 달랑베르시안(d’Alembertian, 달랑베르 연산자) 이 나온다.
손계산으로 확인하자. . 시간 미분 항은 양수, 공간 라플라시안은 음수 — 이것이 mostly-minus 규약의 직접적 결과다.
이 연산자가 왜 중요한가 — 학부 전자기학의 파동방정식 의 좌변이 정확히 다. 즉 이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의 표준꼴 이고, 이것이 4차원 시공간 라플라시안 의 역할을 한다. 3차원 푸아송 방정식 의 시공간판 이라고 보면 된다 — 라플라시안 가 4차원으로 확장되면서 부호 비대칭 이 자연스럽게 들어왔을 뿐이다.
지금부터는 표기를 줄이기 위해 로 놓는다. 자연 단위계의 의미는 — 광속을 단위 로 잡아 시간과 길이가 같은 차원을 가지게 한다는 뜻이다. 1초가 곧 m 의 거리와 같은 양 이 된다. 식에서는 로 적고, 가 된다. 달랑베르시안도 한층 깔끔해져 이 된다. 손계산을 한층 가볍게 만드는 표기 약속일 뿐 — 물리적 의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헷갈리는 자리: 자연 단위계에서 길이와 시간이 같은 단위 라는 말은 — 맥락에 따라 단위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종 결과를 m 단위 나 s 단위 로 적을 때는 를 복원해야 차원이 맞는다. 손계산 동안만 을 쓰고, 결과를 발표할 때 차원 분석 으로 의 거듭제곱을 복원하는 것이 표준 절차다.
본론 2 — 스칼라장 라그랑지안과 클라인–고든
이제 4-벡터 도구상자가 손에 들렸으니, 본격적으로 장 을 적자. 실 스칼라장(real scalar field) 은 시공간의 각 점에 하나의 실수 를 부여하는 함수다. 정의역은 시공간 , 치역은 실수 . 그래서 “실 스칼라장” — 복소 스칼라장이 따로 있는데, 그건 8장 노이터 정리에서 다룬다.
“스칼라”라는 이름의 의미를 한 줄 풀자. 스칼라(scalar) 는 좌표 변환에 대해 변하지 않는 양이다. 좌표축을 회전시키거나(공간 3차원 안에서 축을 돌리거나), 부스트(boost, 운동좌표계로의 변환) 를 가해도 — 그 점에서의 장의 값은 같다. 예를 들어 어느 점에서 였다면, 좌표계를 어떻게 돌려도 변환해도 그 점에서는 여전히 다. 벡터장은 그렇지 않다 — 의 성분 , , 는 회전시키면 서로 섞인다. 텐서장은 두 첨자가 동시에 섞이니 더 복잡하다. 스칼라장은 그런 변환 복잡성이 0 인 가장 단순한 그림이다.
헷갈리는 자리: “스칼라”가 수 라는 의미와는 다르다. 벡터장도 각 성분이 수 다 — 하지만 좌표 변환 아래에서 성분끼리 섞이는 규칙 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스칼라는 섞이는 규칙이 없다 (= 변하지 않는다) 는 의미. 변환의 규칙 이 양의 종류를 결정한다.
이제 라그랑지안 밀도를 적는다. 가장 단순한 로런츠 불변 라그랑지안 밀도는
이 식을 한 항씩 풀자. 첫 항 는 — 시공간 미분 두 개를 아인슈타인 합 규칙 으로 묶은 양이다. 풀어 적으면 — 시간 미분의 제곱에서 공간 미분의 제곱(즉 그래디언트의 크기 제곱)을 뺀 양. 5장의 끈 라그랑지안 와 모양이 같다 — 차이는 (a) 3차원 공간으로 확장됐고 (b) 자연 단위계로 이 됐을 뿐. 물리적 의미 도 같다 — 시간 미분 제곱이 운동에너지 밀도 의 역할, 공간 미분 제곱이 공간적 변형의 비용 의 역할이다.
둘째 항 은 — 장의 값 자체에 비례하는 퍼텐셜 항이다. 조화진동자의 퍼텐셜 과 모양이 같다 — 진동수 자리에 질량 모수 이 들어갔을 뿐이다. 이 항의 부호 는 마이너스 — 라그랑지안에서 퍼텐셜은 빼는 양 이라는 표준 규약 () 의 연장이다. 여기서 은 질량 모수(mass parameter) 라 부른다 — 단위는 (자연 단위계에서) 1/길이 = 1/시간. 즉 역 길이 차원이다. 왜 이 양을 “질량”이라 부르는지는 본론 3에서 짚는다 — 양자화 후 입자의 질량 과 직접 연관된다.
헷갈리는 자리: 라그랑지안 밀도 이 로런츠 스칼라 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좌표계를 부스트시켜도 그 점에서의 값은 같다. 첫 항이 스칼라 인 이유는 — 가 위·아래 첨자를 짝지은 양이라 변환에서 첨자가 모두 합해져 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항은 자체가 스칼라니까 도 스칼라. 두 항의 합도 스칼라 — 그래서 라그랑지안 밀도가 모든 관성좌표계에서 같은 모양 으로 적힌다. 작용 도 — 부피요소 가 로런츠 불변이므로 — 스칼라가 된다. 그래서 어느 관성좌표계에서 보든 작용을 정류시키는 같은 운동방정식 이 떨어진다.
헷갈리는 자리: 은 상수 모수 다 — 시공간 점에 따라 변하는 양이 아니다. 장의 질량 이라는 표현은 — 양자화 후 이 장이 만들어내는 입자의 질량 과 직접 연관된다는 사실을 미리 가리키는 용어다. 고전 단계에서는 단지 라그랑지안에 들어 있는 한 개의 상수 일 뿐이고, 분산관계의 모양을 결정 한다.
자, 이제 5장에서 얻은 장에 대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
에 우리의 스칼라장 라그랑지안을 직접 대입 해 보자. 손계산이다. 좌변 안쪽 부터 — 를 계산한다. 의 첫 항만 를 포함한다 — 의 모양이고, 이걸 로 미분한다. 미분 결과는 . 즉
좌변 전체는 — 한 번 더 를 작용시키면 가 된다. 우변 — 는 둘째 항만 를 포함하니까, 를 로 미분해서 . 두 결과를 EL 식에 넣으면
이 떨어지고, 양변을 한쪽으로 모으면
이것이 클라인–고든 방정식(Klein–Gordon equation) 이다. 한 줄의 라그랑지안 에서 한 줄의 운동방정식 이 떨어지는 — 변분원리의 표준 모습이다.
이제 이 방정식의 물리적 의미 를 평면파 시험해 로 확인하자. 시험해
를 클라인–고든 식에 넣는다. 이 함수는 진동수 , 파수 벡터 의 평면파 — 학부 양자역학 자유입자 파동함수의 모양이다. 각 미분 결과는 , , , . 자연 단위계 에서 . 클라인–고든 식에 대입하면 , 양변을 로 나누면
이것이 상대론적 분산관계(dispersion relation) 다. 학부 양자역학의 비상대론적 분산관계 (슈뢰딩거 자유입자) 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 우변에 와 이 대등하게 들어 있다. 사실 — 이 관계가 상대론적 에너지·운동량 관계 의 장 버전 이다. 자연 단위계에서 , 의 플랑크 관계 (, , 자연 단위계) 로 대치하면 정확히 같은 식이다. 즉 클라인–고든의 분산관계 = 상대론적 에너지·운동량 관계의 파동 버전.
질량 이 0인 극한을 보자 — , 즉 (자연 단위계에서). 이건 광선의 분산관계 — 모든 파장에서 동일한 속도 로 전파 되는 경우다. 빛(전자기파), 중력파, 무질량 보손(글루온)이 모두 이 분산관계를 따른다. 인 경우는 — 파장이 짧아질수록(즉 가 커질수록) 군속도 가 광속에 점근적으로 접근 한다. 긴 파장(작은 ) 에서는 군속도가 작아져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것이 질량을 가진 장 의 특징 — 분산하는 파동 이다.
헷갈리는 자리: 분산관계 가 이라는 사실에서 두 해 가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양의 에너지 해뿐 아니라 음의 에너지 해도 함께 떨어진다 — 이게 본론 3에서 다룰 역사적 문제 의 기술적 출발점이다.
본론 3 — 왜 클라인–고든이 중요한가
본론 2에서 떨어뜨린 한 줄의 방정식 — — 이 왜 중요한가. 한 줄로 답하면 — 스핀 0인 보손(boson) 을 기술하는 가장 낮은 차수의 상대론적 파동방정식 이기 때문이다. 입자물리학 모든 상대론적 양자 이론의 출발점이고, 표준모형의 힉스 보손 의 고전 장방정식이며, 양자장론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손으로 풀어보는 사례다. 이 본론은 왜 그런지 — 그리고 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오히려 버려진 식이었는지 — 의 역사와 의미를 짚는다.
1920년대 후반, 슈뢰딩거 자신은 처음에 이 식을 상대론적 슈뢰딩거 방정식 후보로 만들어 보았다. 비상대론적 슈뢰딩거 방정식 이 비상대론적 에너지·운동량 관계 의 연산자 치환 (, ) 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안 슈뢰딩거는 — 자연스럽게 같은 절차를 상대론적 에너지·운동량 관계 에 적용해 본 것이다. 그 결과가 정확히 우리의 클라인–고든 방정식 — 연산자 치환을 거친 상대론적 에너지·운동량 관계의 양자 버전. 하지만 곧 슈뢰딩거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 에 부딪혀, 이 식을 버리고 비상대론적 슈뢰딩거 식을 발표하기로 결정한다.
첫째 문제 — 시간에 대해 2차 미분이라는 점. 클라인–고든 식 의 좌변에는 — 시간에 대한 2차 미분 — 이 등장한다. 반면 슈뢰딩거 식은 의 1차 미분이다. 이 차이가 초기 조건 의 모습을 바꾼다 — 1차 미분의 슈뢰딩거 식은 한 함수만 주면 전체 시간 진화가 결정되지만, 2차 미분의 클라인–고든 식은 — 마치 학부 역학의 같이 — 뿐 아니라 까지 두 함수 를 줘야 초기 조건이 완성된다. 단일 입자의 파동함수 라면 — 학부 양자역학의 확률 진폭 그림에서는 — 이 점이 어색 하다. 한 입자의 상태는 한 시간 함수면 충분 하다는 통상의 기대와 어긋난다.
둘째 문제 — 음의 에너지 해. 분산관계 의 해는 — 양의 가지뿐 아니라 음의 가지도 함께 등장한다. 단일 입자의 에너지가 음수 가 될 수 있다는 그림 — 바닥이 없는 에너지 스펙트럼 — 은 불안정 한 그림이다. 어떤 양의 에너지 상태든 광자 방출 등을 통해 더 낮은 음의 에너지 로 떨어질 수 있고,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면 입자가 무한히 깊은 에너지 우물로 추락 한다. 자연계는 그렇지 않다 — 그래서 단일 입자 확률 해석 의 그림에서는 이 음의 에너지 해를 버려야 한다. 하지만 클라인–고든 식의 수학적 구조 에서는 — 양의 가지와 음의 가지를 분리해서 버리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없다. 둘 다 물리적인 해 로 같이 떨어진다.
이 두 문제 때문에 슈뢰딩거는 클라인–고든을 포기하고 비상대론적 슈뢰딩거 식 — 시간 1차 미분, 양의 에너지만 — 을 채택했다. 학부 양자역학의 정통 교과서가 바로 그 결정의 산물이다. 그 결과 — 상대론적 양자역학 은 한참 동안 수수께끼 로 남아 있었다.
해결은 한참 뒤 에야 나왔다. 폴 디랙 (Paul Dirac, 1928) 은 시간 1차 미분 인 상대론적 식 — 디랙 방정식 — 을 발견했지만, 그 식은 스핀 1/2 페르미온(전자, 쿼크 등) 을 위한 것이었다. 클라인–고든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 단, 해석 이 바뀌었다. 한 입자의 파동함수 가 아니라 — 장 자체가 동역학 변수 인 고전 장방정식 으로 다시 해석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고전 장 을 양자화(quantization) — 5장 본론 3에서 짚었던 연산자 장으로의 승격 과 정준 교환관계 부과 — 하면, 클라인–고든 식이 만들어내는 입자 는 스핀 0 보손 이 된다. 음의 에너지 해는 — 반입자(antiparticle) 의 양의 에너지 해로 재해석 된다.
헷갈리는 자리: 클라인–고든은 한 입자의 파동함수가 아니다. 고전 장 의 운동방정식이다. 양자화 후에야 입자 해석 이 가능해진다. 학부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식 — 한 입자의 파동함수 의 시간 진화 — 그림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클라인–고든은 양자장 의 고전 극한 — 즉 장이 큰 진폭의 고전 양으로 행동하는 극한 — 의 식이고, 그 위에 연산자 양자화 를 입혀야 입자물리학의 실제 그림 이 나온다.
헷갈리는 자리: 음의 에너지 해 = 반입자 라는 재해석은 디랙 이 처음 제안한 뒤 양자장론의 일반 원리로 정착됐다. 양자화된 장의 음의 에너지 가지 는 반입자가 생성/소멸되는 그림으로 적힌다. 클라인–고든의 실 스칼라장은 — 입자와 반입자가 동일 한 가장 단순한 사례다.
이 그림이 실제 입자물리학 에서 어떻게 쓰이는가 — 두 예를 든다. 힉스 보손 —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 2012년 LHC에서 발견된 — 은 스핀 0 보손 이다. 힉스의 고전 장방정식은 클라인–고든과 그 비선형 확장 이다. 질량 모수 이 힉스 보손의 질량 (약 125 GeV) 과 직접 연관된다. 파이온(pion) — 강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의사스칼라(pseudoscalar) 보손 — 도 스핀 0이고, 그 고전 장방정식은 (대칭 구조의 차이를 빼면) 클라인–고든과 같은 모양이다. 즉 우리가 떨어뜨린 한 줄의 식 이 — 표준모형의 두 부류 입자 를 직접 기술한다.
스핀 0 보손은 가장 단순한 보손이다 — 방향 정보 가 없으니까. 스핀 1/2 페르미온(전자, 쿼크) 은 디랙 방정식, 스핀 1 보손(광자, W, Z) 은 맥스웰 방정식, 스핀 2 보손(중력자) 은 아인슈타인 방정식 의 선형 근사 — 이 모든 고차 스핀 의 상대론적 파동방정식들이 클라인–고든을 토대 로 만들어진다. 즉 클라인–고든은 나머지 모든 장 이론이 그 위에 쌓이는 가장 낮은 층 이다. 그래서 양자장론을 배울 때 맨 먼저 만나는 식이다.
이 장의 결과는 9장에서 한 번 더 만난다. 거기서 다룰 경로적분(path integral) 은 — 작용 를 가중치 로 묶어 모든 경로에 대해 합 하는 양자화의 다른 방법 이다. 의 고전 극한 에서 — 가중치 가 극도로 빠르게 진동 해서 정류점 (즉 의 점) 만 살아남고, 나머지 경로의 기여는 서로 상쇄 된다. 정류점에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 — 즉 고전 운동방정식 이다. 클라인–고든은 그 정류점 의 가장 깔끔한 예 — 스칼라장의 고전 극한이 떨어지는 자리 가 된다. 이 그림이 변분원리 와 경로적분 사이의 다리를 깐다.
헷갈리는 자리: 스핀 0 = 가장 단순 이라는 표현은 — 수학적 단순함 의 의미다. 물리적 중요성 의 의미가 아니다. 힉스 보손은 표준모형의 핵심 입자 이고 — 그 발견이 50년의 노력 끝에 이뤄진 큰 사건이었다. 즉 가장 단순한 식 이 가장 비싼 발견 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 단순함이 곧 비중요함 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파이썬으로 확인
# 1+1 차원 클라인-고든 방정식의 도약 (leapfrog) 적분.
# (∂_t^2 - ∂_x^2 + m^2) φ = 0
# 가우시안 초기 조건을 넣고 시간이 흐르며 파속이 분산하는 모습을 본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Nx, dx = 400, 0.1
x = np.linspace(-20, 20, Nx)
dt = 0.05
m = 1.0
# 초기 조건: 폭 1.5의 가우시안, 초기 속도는 0
phi_prev = np.exp(-(x / 1.5)**2)
phi = phi_prev.copy() # ∂_t φ = 0 이므로 한 스텝 전도 동일
snapshots = {0.0: phi.copy()}
target_times = [5.0, 10.0, 15.0]
t, step = 0.0, 0
while t < target_times[-1] + dt:
lap = np.zeros_like(phi)
lap[1:-1] = (phi[2:] - 2*phi[1:-1] + phi[:-2]) / dx**2
phi_next = 2*phi - phi_prev + dt**2 * (lap - m**2 * phi)
phi_prev, phi = phi, phi_next
t += dt; step += 1
for tt in target_times:
if abs(t - tt) < dt/2 and tt not in snapshots:
snapshots[tt] = phi.copy()
for tt, snap in snapshots.items():
plt.plot(x, snap, label=f"t = {tt:.0f}")
plt.xlabel("x"); plt.ylabel(r"$\phi(x, t)$")
plt.legend(); plt.title("1+1D Klein-Gordon — 분산하는 파속")
plt.show()
이 코드를 한 줄씩 풀자. 클라인–고든 식을 1+1차원 — 즉 시간 1차원, 공간 1차원, 총 2차원 시공간 — 으로 줄여 다룬다. 식은 . 본론 2의 4차원 식에서 공간 차원을 한 개 로 줄이고, 자연 단위계 을 그대로 쓴다.
수치 방법 은 leapfrog — 5장 코드와 같은 표준 유한차분법이다. 시간 2차 미분 를 중앙 차분 로, 공간 2차 미분 를 중앙 차분 로 근사한다. 두 근사를 클라인–고든 식에 대입하면 , 즉 코드의 phi_next = 2*phi - phi_prev + dt**2 * (lap - m**2 * phi) 한 줄이 떨어진다. 질량 항 가 추가됐을 뿐, 5장의 파동방정식 코드와 구조가 같다.
초기 조건 은 폭 1.5의 가우시안 — , 초기 속도 0. 가우시안은 모든 파수 성분을 다 포함 한 광대역 초기 펄스다 — 푸리에 변환을 하면 가우시안의 푸리에 변환은 가우시안 이라는 표준 결과로 나오는데, 그래서 모든 에서 유한한 진폭 을 가진다. 이 펄스가 분산하는 매질 (= 질량 항을 가진 클라인–고든 식) 위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본다.
코드를 돌리면 — 가우시안은 시간이 흐르면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5장의 끈 위의 파동에서도 봤던 모습이다. 하지만 질량 없는 파동방정식과 다른 점 은 — 봉우리가 점점 낮아지고 폭이 넓어진다 는 사실이다. 왜 그런가 — 분산(dispersion) 때문이다. 의 분산관계에서 군속도 가 마다 다르다. 큰 (짧은 파장) 성분은 광속에 가까운 군속도로 빠르게 전파되고, 작은 (긴 파장) 성분은 느린 군속도로 천천히 전파된다. 가우시안의 모든 성분이 서로 다른 속도 로 흩어지니까 — 시간이 흐를수록 펄스가 옆으로 퍼지고 진폭이 낮아진다.
질량 항이 없는 극한 () 에서는 모든 가 같은 속도 1로 전파되어 — 5장의 끈 위의 파동처럼 모양이 보존된 채 좌우로 갈라진다. 코드를 돌릴 때 m = 1.0 을 m = 0.0 으로 바꿔 비교해 보면 분산이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질량 = 분산 이라는 한 줄의 정성적 결론이다.
다음 장으로
7장: 상대론적 역학에서는 이 장에서 깔아둔 4-벡터 도구상자를 입자 쪽으로 되돌린다. 자유 입자의 작용 — 고유시간(proper time) 에 대한 적분 — 에서 출발해, 4-운동량 , 4-가속도 , 그리고 외력 아래에서의 운동방정식 을 정리한다. 장과 입자가 같은 변분원리 아래 한 폭의 그림 으로 묶이는 모습 — 그것이 7장의 핵심이다. 6장의 4-벡터 표기 와 로런츠 스칼라 작용 이 7장에서 입자 동역학 에 그대로 적용되며, 상대론적 라그랑지안 역학 의 첫 매듭이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