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역학 — 위상공간으로의 전환
해밀턴 역학 — 위상공간으로의 전환
르장드르 변환이 라그랑지언을 해밀토니언으로 바꾸고, 무대는 배위공간 에서 여접다발 로 옮겨가며, 운동은 개의 1계 ODE 인 해밀턴 방정식으로 다시 쓰인다.
들어가며
7–9장의 무대는 접다발(tangent bundle) — 배위공간 의 각 점 에 속도 를 붙여 만든 공간 — 이었고, 라그랑지언 가 그 위에서 사는 함수였다.
이 장은 속도 를 켤레운동량 로 갈아 끼운다. 좌표 는 그대로 두고 짝꿍만 바꾸면 무대는 에서 여접다발(cotangent bundle) 로 옮겨 가고, 라그랑주 쪽의 개 2계 ODE 는 개의 1계 ODE — 좌표와 운동량이 거의 대칭으로 등장하는 해밀턴 방정식 — 로 다시 쓰인다.
속도 언어에서는 잘 안 보이던 의 짝 구조가 운동량 언어에서는 한눈에 들어온다. 11장 정준변환은 이 쌍을 보존하는 좌표 변환을, 12장 푸아송 괄호는 이 쌍 위의 새로운 곱셈을 다룬다.
본론 1은 켤레운동량과 르장드르 변환. 본론 2는 해밀턴 방정식과 위상공간 . 본론 3은 단진자의 위상초상 — 적분이 안 풀리는 비선형계의 운동 전모를 보존량의 등고선으로 읽는다.
본론 1 — 켤레운동량과 르장드르 변환
라그랑지언 가 주어졌을 때 번째 좌표 의 켤레운동량(conjugate momentum — 라그랑지언을 번째 속도 슬롯으로 편미분한 양) 은
9장 뇌터 보존량 안의 가 바로 이 양이다 — 거기서는 “일반화 운동량”이라 불렀다.
면 — 익숙한 선운동량이다. 그러나 좌표가 각도면 는 각운동량이 되고, 회전하는 좌표계면 회전 보정항이 끼며, 자기장 안의 하전입자면 에 벡터퍼텐셜 항이 더해진다. 켤레운동량은 언제나 가 아니라 정의식 의 결과다.
헷갈리기 쉬운 곳 — 켤레운동량 가 일반적이다. 라는 첫 예제가 마침 를 주기 때문에 그 등식이 정의처럼 머리에 박힌다. 라그랑지언에 속도가 일차로 들어가는 항이 있거나 운동에너지가 좌표에 의존하는 계수를 가지면 — 극좌표의 에서 의 켤레운동량은 — 결과가 단순한 와 갈라진다. 매번 정의식 를 직접 계산하라.
를 로 바꾸려면 를 에 대해 거꾸로 풀 수 있어야 한다. 가능 조건이 정칙성(regularity — 헤시안 행렬이 모든 점에서 가역이라는 조건) 이다. 헤시안
이 가역이면 음함수 정리가 라는 유일한 풀이를 보장한다.
헷갈리기 쉬운 곳 — 르장드르 변환은 정보 손실 없는 가역 변환이다 (정칙성 가정 하). 헤시안이 가역이면 대응이 일대일이라 에서 를 정확히 되찾는다. 직관적으로는 — 한 곡선을 “점들의 모임” 대신 “그 곡선에 닿는 접선들의 모임”으로 다시 적는 조작이다. 곡선이 볼록한 한 두 사전은 완벽하게 양방향이고, 그 “볼록함”이 헤시안 가역성이다. 정칙성이 깨지면(특이 라그랑지언) 사전이 한쪽에서 막힌다 — 이 장은 정칙인 경우만 상대한다.
해밀토니언(Hamiltonian) 의 정의는
이고(아인슈타인 합 규약), 이것이 의 에 대한 르장드르 변환(Legendre transform) 이다. 우변에 가 보이지만 모두 형태로 의 함수로 치환된 채 들어 있어 전체는 의 함수다.
헷갈리기 쉬운 곳 — 는 의 함수다 — 를 모두 소거해야 한다. 이라고 적어 놓고 우변에 를 그대로 남겨 두면 가 의 함수가 되어 르장드르 변환의 의미가 사라진다. 절차는 두 단계다 — 먼저 를 풀어 를 얻고, 그것을 의 모든 자리에 대입해 가 식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다. 최종 결과에 가 한 글자라도 남아 있으면 변환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직관. 를 곡선으로 보면( 고정), 곡선 위 한 점의 기울기 가 다. 기울기만으로는 곡선을 복원할 수 없으니 — 같은 기울기의 직선은 무수히 많으니 — 그 접선이 세로축을 자르는 절편 도 함께 기록한다. 부호를 뒤집은 이 해밀토니언이다. 곡선이 볼록한 한 점의 모임과 접선의 모임은 같은 곡선의 두 사전이다.
손계산. 에서 → → 대입: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 — 총 에너지다. 우변에 가 없다는 점이 변환의 완료 표시다. 단순한 경우 가 곧 에너지지만 회전 좌표계나 자기장이 끼면 둘이 갈라진다(12장).
본론 2 — 해밀턴 방정식과 위상공간
과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양변 미분해 정리하면 의 편미분 두 개가 곧장 운동을 내놓는다.
이 한 쌍이 해밀턴 방정식(Hamilton’s equations) 이다. 라그랑주 쪽의 개 2계 방정식이 개의 1계 방정식 — 가 없고 만 들어가는 — 으로 바뀌었다. 1계 시스템은 현재 상태 한 점만 알면 그 점의 가 즉시 나와 다음 점을 가리키는 구조 — 위상공간 모든 점에 화살표가 하나씩 박힌 흐름의 그림이다.
와 의 거의-대칭성 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이는 부호 하나뿐이다. 라그랑주 그림에서 가 주인공이고 가 종속물이었던 것이, 해밀턴 그림에서는 와 가 거의 동등한 두 배우가 된다. 이 부호 하나의 대칭이 11장 정준변환과 12장 푸아송 괄호의 토대다.
라그랑주 그림에서 는 좌표를 시간으로 미분해 파생되는 양이라 — 좌표를 자유롭게 바꿔도 속도까지 마음대로 섞는 변환은 의미가 모호하다. 해밀턴 그림에서 는 둘 다 위상공간의 독립 좌표라 — 새 좌표를 옛 운동량으로, 새 운동량을 옛 좌표로 잡는 섞임 변환까지 정당한 좌표 변환이 된다. 이 자유로움이 정준변환의 무대다.
헷갈리기 쉬운 곳 — 는 정의가 아니라 운동방정식이다. 르장드르 변환 단계의 는 켤레운동량 정의식을 거꾸로 푼 대수적 관계 이고, 어떤 운동이 일어나든 항상 성립하는 항등식이다. 해밀턴 방정식의 는 물리적 궤적 위에서만 성립하는 운동방정식이다 — 9장의 표현으로 on-shell에서만 참이다. 글자가 닮았지만 위상이 다르다. 진짜 내용물은 쪽 — 이 식이 오일러–라그랑주의 해밀턴판이다.
무대도 함께 바뀐다. 라그랑주 그림에서 가 살던 곳은 접공간 이었다. 해밀턴 그림에서 가 사는 곳은 여접공간(cotangent space — 접공간의 쌍대공간, 즉 접벡터를 받아 실수를 돌려주는 선형범함수들의 모임) 이다. 켤레운동량을 미분형식으로 로 적으면 — 가 접벡터의 번째 성분을 뽑는 1-형식이니 — 그 선형결합이 의 원소다.
모든 점의 여접공간을 모은 다양체 여접다발(cotangent bundle) 이 해밀턴 역학의 위상공간(phase space) 이다. 이면 각 점에 차원 여접공간이 붙으니 은 차원 — 해밀턴 방정식의 개 1계 방정식과 정확히 맞는다. 한 점 가 계의 완전한 순간 상태 다.
헷갈리기 쉬운 곳 — 위상공간 과 상태공간 의 차이. 의 한 점은 (상태공간), 의 한 점은 (위상공간)다. 정칙계에서는 르장드르 변환으로 둘 사이를 오갈 수 있지만 좌표 변환에 따라 대응이 복잡하게 얽혀 두 공간을 “같다”고 말하면 안 된다. 결정적 차이는 — 에는 좌표와 무관하게 미리 새겨진 기하 구조가 있고 에는 그런 구조가 자연스럽게 없다는 점이다. 운동량이 1-형식이라는 사실이 그 구조의 출발점이다. 단순히 변수 이름을 바꾼 게 아니라 더 풍부한 무대로 옮긴 것이다.
위의 자연스러운 2-형식
이 심플렉틱 형식(symplectic form) 이다. 두 가지만 알아 두자. (1) 해밀턴 방정식은 와 가 만나서 만드는 벡터장의 흐름으로 다시 적을 수 있고, , 의 부호 비대칭이 의 쐐기곱이 가진 반대칭성에서 온다. (2) 는 좌표를 어떻게 잡든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헷갈리기 쉬운 곳 — 심플렉틱 형식은 좌표와 무관하게 새겨져 있다. 가 특정 좌표에 묶여 보이지만, 좌표를 정준변환으로 로 바꿔도 라는 똑같은 모양 으로 다시 적힌다. 는 위상공간 다양체 자체에 박힌 기하 구조다 — 지구 표면의 곡률이 위도·경도를 어떻게 그리든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정준변환 장에서 왜 가 보존되는지를 본격적으로 본다.
본론 3 — 단진자의 위상초상
단진자의 좌표는 막대가 연직선과 이루는 각 하나, 좌표공간은 의 양 끝을 동일시한 원. 라그랑지언 에서 켤레운동량은 — 각운동량이다. 르장드르 변환을 세 단계로 굴리면 — → → 대입 —
가 시간에 명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니(9장 본론 2(c)) 궤적을 따라 보존된다 — 즉 각 궤적은 등고선 위에 갇혀 머문다. 위상공간 위의 등고선이 곧 가능한 모든 궤적의 지도다.
헷갈리기 쉬운 곳 — 보존 ⟹ 궤적은 등고선이다 — 적분을 못 해도 그림은 그린다. 단진자 운동방정식 는 초등함수로 풀리지 않고 — 해를 적자면 타원적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는 적분이 아니라 대수 방정식이다. 를 주면 가 풀리고, 그 점들을 이으면 궤적의 모양이 나온다. 타이밍 은 적분이 필요하지만 모양 자체는 보존량의 등고선만으로 공짜다. “풀 수 없는 문제”와 “그릴 수 없는 문제”는 다르다.
의 값에 따라 등고선의 모양이 세 가지로 갈린다.
첫째, . 진자가 아래쪽 평형점 주변을 왔다 갔다 한다 — 위로 한 바퀴 넘어갈 에너지가 부족하다. 위상공간에서는 원점 을 둘러싸는 닫힌 곡선 — 진동(oscillation) — 이다. 가 작을수록 곡선이 원점에 가까운 작은 타원, 가 커지면 부풀어 오른다.
둘째, . 진자가 정확히 위쪽 꼭대기 (불안정 평형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다. 위상공간에서는 위쪽 평형점에 점근하는 한 쌍의 곡선 — 진동 영역과 회전 영역을 가르는 분리선(separatrix) — 이 된다.
헷갈리기 쉬운 곳 — 분리선 도달은 무한 시간이 걸린다. 진자는 위쪽 꼭대기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한다. 꼭대기 가 불안정 평형점이라 가까워질수록 복원력이 약해지고 속도도 0 으로 줄어들어 — 점점 느려지며 한없이 다가가기만 한다. 분리선이 평형점에 “점근한다”는 말이 이 뜻이다. 평형점 자체는 곡선에 포함되지 않는다. 분리선은 실제 관측되는 운동이라기보다 진동과 회전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선 으로 의미가 있다.
분리선의 식. 에서 , , 따라서
는 시계방향·반시계방향에 대응한다. 단위계 에서는 다.
셋째, . 진자가 위쪽 꼭대기를 넘어갈 에너지를 가져 멈추지 않고 한 방향으로 계속 막대를 돌린다 — 회전(rotation). 위상공간에서는 닫히지 않고 축을 따라 흐르는 열린 곡선 이다. 이면 증가, 이면 감소.
헷갈리기 쉬운 곳 — 동일시 — 위상공간이 원통(cylinder)이다. 회전 운동의 곡선이 축을 따라 끝없이 흘러가 보이는 함정은 위상공간을 평면 으로 그린 데 있다. 단진자의 는 원이라 와 가 같은 상태고, 위상공간 는 평면이 아니라 방향 양 끝을 풀로 붙인 원통 이다. 평면 그림은 원통을 가위로 잘라 펼친 것이고, 오른쪽 끝 로 흘러 나간 곡선은 사실 왼쪽 끝 로 다시 들어온다. 원통 위에서는 회전 운동도 어엿한 닫힌 곡선 — 원통을 한 바퀴 감는 고리 — 이다. 진동은 원통의 한 면에 난 작은 고리, 회전은 원통 전체를 두르는 큰 고리, 분리선은 그 둘을 가르는 임계 고리.
진동·분리선·회전 세 영역이 모두 하나의 함수 의 등고선이고, 에너지 다이얼 하나로 세 세계 사이를 연속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
파이썬으로 확인
# 단진자의 위상초상: 해밀턴 방정식을 손작성 RK4 로 적분하고
# (theta, p) 평면 위에 15 개 궤적을 그린다. 분리선 E=1 은 점선으로 비교.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def rhs(s): # 해밀턴 방정식 (m=l=g=1)
th, p = s # dH/dp = p, -dH/dth = -sin(th)
return np.array([p, -np.sin(th)])
def rk4_step(s, dt):
k1 = rhs(s)
k2 = rhs(s + 0.5 * dt * k1)
k3 = rhs(s + 0.5 * dt * k2)
k4 = rhs(s + dt * k3)
return s + dt * (k1 + 2*k2 + 2*k3 + k4) / 6
dt, T = 0.02, 20.0
N = int(T / dt)
fig, ax = plt.subplots(figsize=(7, 4))
for E in (0.2, 0.6, 1.0, 1.4, 1.8): # 에너지를 격자처럼 훑고
for th0 in (-2.0, 0.0, 2.0): # 초기 각도 세 개
val = 2 * (E + np.cos(th0)) # p0^2 = 2(E + cos th0)
if val < 0: # 운동 불가 영역은 건너뛴다
continue
s = np.array([th0, np.sqrt(val)])
traj = np.empty((N + 1, 2)); traj[0] = s
for n in range(N):
traj[n+1] = rk4_step(traj[n], dt)
ax.plot(traj[:, 0], traj[:, 1], lw=0.7)
th = np.linspace(-np.pi, np.pi, 400) # 분리선 E=1
ax.plot(th, np.sqrt(2*(1 + np.cos(th))), "k--", lw=1)
ax.plot(th, -np.sqrt(2*(1 + np.cos(th))), "k--", lw=1)
ax.set_xlabel(r"$\theta$"); ax.set_ylabel(r"$p$"); plt.show()
rhs 는 단위계 의 해밀턴 방정식 — , — 을 두 줄로 직역한 것이다. rk4_step 은 표준 4차 룽게–쿠타 한 스텝. 1계 시스템이라 상태 한 점만 넣으면 다음 점이 나온다.
이중 루프. 바깥은 에너지 를 부터 까지 다섯 값으로 — 은 분리선 아래(진동), 은 분리선, 은 분리선 위(회전). 안쪽은 초기 각 세 개. val = 2 * (E + cos th0) 는 를 에 대해 푼 것이고, 음수면 그 에너지로 그 위치가 금지 영역 — 위치에너지가 이미 를 넘은 곳 — 이라 건너뛴다.
각 초기 조건에서 로 까지 굴리고 자취를 그린다. 마지막 세 줄은 분리선 를 검은 점선으로 겹친다. 결과 — 원점을 둘러싼 진동의 닫힌 곡선, 위아래로 흘러가는 회전의 열린 곡선, 그 둘을 정확히 가르며 위쪽 평형점으로 점근하는 점선. 적분으로 풀리지 않는 비선형 진자의 운동 전체가 보존량 의 등고선 한 장으로 완전히 정리된다.
다음 장으로
11장: 정준변환과 심플렉틱 구조에서는 본론 2 끝에서 이름만 던졌던 심플렉틱 형식 가 좌표 변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위상공간 위의 좌표를 에서 로 바꿀 때 를 그대로 보존하는 변환이 정준변환(canonical transformation) 이고, 이 클래스만이 해밀턴 방정식의 1계 대칭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