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장 — 이 책을 읽기 전에: 무대, 기호, 배경 수학
0장 — 이 책을 읽기 전에: 무대, 기호, 배경 수학
이 책이 무엇을 다루는지, 자주 등장하는 수학 기호를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본문이 말없이 가정하는 무한급수·자연상수·테일러 급수의 배경 지식을 한 자리에 모아 둔다.
들어가며
해석역학 본문은 학부 1–2학년 수준의 미적분과 선형대수를 이미 손에 익었다고 가정한 채 출발한다. 그러나 같은 학부 1–2학년이라도 라이프니츠 표기 와 편미분 의 차이가 즉시 떠오르지 않을 수 있고, 가 어떤 의미에서 자연상수인지, 테일러 급수가 왜 행렬에도 통하는지가 흐릿할 수 있다. 이 0장은 그런 흐릿함을 본격적인 1장 전에 한 번에 닦아 두는 자리다.
세 가지를 다룬다. 본론 1은 이 책이 무엇을 다루는 책인지 — 즉 어떤 물리적 상황을 어떤 좌표계로 적는 일을 하는 책인지 — 를 짧게 못 박는다. 본론 2는 본문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수학 기호를 읽는 법을 사전처럼 모은다. 본론 3은 본문이 출발선부터 가정하는 무한급수·자연상수·테일러 급수의 배경 지식을 정리한다. 어떤 항목도 정밀한 정의를 노리지 않는다. 1장의 식을 읽을 때 손에 잡혀 있어야 할 어휘와 그림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다.
본론 1 — 이 책은 무엇을 다루는가
해석역학은 우주의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를 적는 학문이다. 점입자, 막대, 줄에 매달린 추, 철사 위의 비드, 회전하는 강체, 행성·위성 — 이런 물체들의 시간에 따른 위치를 함수 몇 개로 묘사하는 일이 전부다.
뉴턴이 이미 답을 내놓았다 — . 입자 하나의 위치 벡터 가 시간에 대한 이차 상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는 진술이다. 자유 입자라면 이 한 줄로 끝난다.
문제가 시작되는 자리는 물체에 구속(constraint)이 걸려 있을 때다. 구속이란 물체의 위치 가능성을 좁히는 조건을 뜻한다. 몇 가지 예:
- 단진자의 추는 길이가 일정한 막대에 매달려 있다 — 추의 위치는 원 위에 묶인다.
- 비드는 굽은 철사를 따라서만 움직인다 — 위치는 그 곡선 위에 묶인다.
- 강체는 모든 점 사이 거리가 보존된다 — 강체의 모든 점이 함께 움직이도록 묶인다.
- 행성은 만유인력 중심에 묶여 궤도를 돈다 — 위치 자체는 자유롭지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 중력에 의해 제한된다.
이런 구속이 있을 때, 위치를 세 좌표로 적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단진자라면 막대 각도 하나면 충분하다. 비드라면 철사를 따른 호 길이 하나면 충분하다. 강체라면 무게중심 위치 셋과 자세 셋, 합쳐 여섯 개면 충분하다. 구속을 미리 반영해서 좌표를 잡으면, 운동을 적는 식의 길이가 짧아진다. 이 책의 전반부는 그 짧아진 식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가 — 다시 말해 라그랑지언 과 해밀턴 함수 가 어디서 오는가 — 를 따라간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1장에서는 자유 좌표 — 구속을 다 반영하고 남은 최소한의 좌표들 — 의 함수로 운동을 적는 방식을 본다. 2장은 곡면 위의 운동, 3–6장은 그것을 정밀히 적을 수학(텐서·다양체·벡터장·미분형식), 7–9장은 라그랑주 형식, 10–12장은 해밀턴 형식이다.
이 책에서 중력은 가장 흔한 외력이라 거의 모든 예제에 끼어든다. 그러나 다루는 운동이 중력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스프링의 탄성력, 전자기력, 만유인력, 어떤 보존력이든 같은 틀로 다뤄진다. “우주의 물체”라는 표현은 그 모든 경우 — 책상 위 추부터 위성까지 — 를 포괄한다.
한 줄로 줄이면, 이 책의 작업은 다음과 같다.
구속이 있는 좌표계 위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함수 가 어떤 방정식을 만족하는가 — 그 방정식을 가장 짧고 가장 좌표 자유롭게 적는 방법을 찾는 일.
이 한 문장이 1장부터 12장까지의 모든 작업의 뼈대다.
본론 2 — 자주 나오는 수학 기호를 읽는 법
본문에서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기호를 한 자리에 모은다. 정확한 정의가 아니라 읽는 법이다.
변수와 함수
- — 보통 실수 변수. 자주 직교좌표.
- — 시간.
- — 변수 를 받아 값을 돌려주는 함수.
- 또는 — 굵은 글씨/화살표는 벡터. 처럼 성분 묶음을 나타낸다. 굵게 적지 않은 는 보통 스칼라.
- — 실수의 절댓값. — 벡터의 길이(노름). .
시간 미분 — 뉴턴 점 표기
- — 시간에 대한 1차 미분. 입자의 속도.
- — 시간에 대한 2차 미분. 입자의 가속도.
- 점 표기는 항상 시간에 대한 미분을 가리킨다. 다른 변수에 대한 미분이면 점이 아니라 , 처럼 적는다.
도함수와 편미분
- — 한 변수 함수 의 보통 미분.
- — 편미분. 가 여러 변수 의 함수일 때, 다른 변수는 고정하고 만 변화시켜 얻는 미분.
왜 두 종류가 필요한가? 라면
같은 함수에 대해 변수마다 다른 미분이 나온다. 보통 미분 기호 로는 어느 변수에 대한 미분인지가 모호하기에, 여러 변수 함수에서는 을 쓴다.
- — 의 작은 변화. 본문 6장에서는 이것이 “미분형식”이라는 정밀한 대상이 되지만, 그 전에는 ” 가 입력 변화에 따라 얼마만큼 변하는가”의 약식 표기로 읽으면 된다.
집합과 차원
- — 실수 전체 집합.
- — 실수 개를 한 줄로 묶은 것. 은 3차원 공간.
- — 복소수 전체. — 정수 전체. — 자연수.
- — “원소이다”. 은 ” 는 실수다”.
- — “부분집합이다”.
- — “조건 뒤를 만족하는 원소들의 집합”. 콜론 ”:” 또는 ”|” 가 “such that”의 자리에 온다.
합·곱·인덱스
- — 합.
- — 곱.
- (아래 첨자) — 번째 원소. 는 라벨이지 거듭제곱이 아니다.
- (위 첨자) — 이 책에서는 거듭제곱이 아니라 인덱스로 쓰는 경우가 많다. 는 “벡터 의 두 번째 성분”이지 ” 의 제곱”이 아니다. 제곱이 필요할 때는 처럼 괄호로 구분한다.
위와 아래 첨자를 둘 다 쓰는 이유는 기저와 성분을 한눈에 구별하기 위해서다. 더 자세한 규약(아인슈타인 합 규약)은 3장에서 다루므로 지금은 첨자 위치가 어딘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된다.
그리스 문자
이 책에서 자주 마주치는 글자만:
| 소문자 | 읽기 | 자주 쓰이는 자리 |
|---|---|---|
| 알파, 베타, 감마 | 일반 매개변수, 곡선의 이름 | |
| 델타 | 변분, 작은 변화 | |
| 델타 (대문자) | 유한한 차이 | |
| 엡실론 | 작은 양수 | |
| 세타, 파이 | 각도 | |
| 람다 | 라그랑주 곱수, 고윳값 | |
| 뮤, 누 | 일반 인덱스 | |
| 크사이 | 보조 변수, 작은 변위 | |
| 로우 | 밀도 | |
| 시그마 | 표면, 응력 | |
| 타우 | 시간 매개변수, 토크 | |
| 오메가 | 각속도, 진동수, 미분형식 | |
| 시그마 (대문자) | 합 | |
| 파이 (대문자) | 곱 | |
| 오메가 (대문자) | 위상공간, 영역 |
읽는 법은 한국·일본 관행과 영미 관행이 조금씩 다르지만, 머릿속에서 “그리스 글자 = 어떤 보조 변수”로 받아들이면 첫 통과는 충분하다.
비슷하게 생긴 기호, 다른 뜻
- — 자연상수 . 보통 글꼴로 쓴다.
- — 지수함수. 밑이 자연상수 .
- — 기저 벡터. 아래 첨자가 붙으면 ” 번째 기저 방향”.
- 같은 ‘e’ 모양이지만 셋은 완전히 다른 대상이다. 문맥으로 구분한다.
또 자주 헷갈리는 것:
- in — 미분 기호.
- in — determinant 의 약자.
- 굵은 — 미분형식에서 외미분.
같음·근사·화살표
- — 같다.
- — 정의에 의해 같다(“이렇게 정의한다”).
- — 근사적으로 같다. 예: ( 가 작을 때).
- — 같은 차수다. 예: 일 때 .
- — 비례한다.
- — 극한의 화살표. 은 ” 가 0 으로 간다”. 또는 함수의 출발–도착: .
- — 함수가 특정 입력을 어떤 출력으로 보내는지. 는 ” 를 받아 을 돌려주는 함수”.
기타 자주 등장하는 기호
- — 나블라. 기울기/발산/회전 연산자. 본문에서는 주로 (스칼라 함수의 기울기).
- — 번째 좌표에 대한 편미분의 줄임.
- — 크로네커 델타. 면 1, 아니면 0.
- 또는 — 항등행렬.
이 사전을 한 번 훑어 둔 뒤 본문으로 들어가면, 처음 등장하는 기호 앞에서 멈추는 일이 적어진다.
본론 3 — 책이 가정하는 수학 배경
무한급수 — “무한히 많은 수를 더해 한 수가 된다”
수열 의 부분합 을 생각하자. 을 키우면 이 점점 어떤 수 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 가 무한급수의 값이고 다음처럼 적는다.
이 극한이 존재하면 급수가 수렴(converges), 존재하지 않거나 무한대로 가면 발산(diverges)이다.
수렴의 예. 등비급수 의 부분합은 로 에 무한히 가까워진다. 그러므로
발산의 예. 조화급수 는 항이 점점 작아지지만 부분합은 천천히 무한대로 발산한다(증명은 미적분 교과서에 맡긴다).
직관 한 가지. 항이 0 으로 간다는 사실은 수렴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조화급수가 그 예다.
이 책에서 무한급수가 등장하는 자리는 둘이다. 첫째, 함수를 다항식의 무한합으로 적는 테일러 급수. 둘째, 행렬·연산자에 지수함수를 정의하는 자리 — 행렬 지수 , 그리고 후반의 일반 흐름의 생성. 어느 자리에서든 “무한히 많은 항의 합”이 등장할 때, 부분합이 한 곳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이 뒤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자연상수 — “스스로의 미분이 자기 자신인 함수의 밑”
. 어떤 무리수가 아니라 미분과 가장 짝이 잘 맞는 수다.
같은 수 를 가리키는 세 가지 정의를 나란히 둔다.
1. 복리의 극한.
1원을 연이율 100% 로 맡기는 상황을 떠올리자. 이자를 1년에 한 번 받으면 원. 반 년마다 받으면 원. 매월 받으면 원. 매일 받으면 원. 이자 지급 주기를 무한히 짧게 만들면 한 점에 멈추는데, 그 점이 다.
2. 무한급수.
이 급수가 수렴하는지는 부분합이 빠르게 안정되는 것에서 보인다: .
3. 미분방정식의 해.
의 유일한 해 .
세 번째 성질이 결정적이다. 는 미분해도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미분이 자기 자신을 다시 부르는 양 — 시간에 따라 일정 비율로 변하는 양, 상미분방정식의 해, 행렬의 지수 — 어느 자리에서든 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가 가장 두드러지는 자리는 행렬 지수 이다. 가 행렬일 때
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가 가능한 이유는 위의 두 번째 정의 — 가 다항식의 무한합이라는 사실 — 에 있다. 변수 자리에 행렬 를 넣어도 합이 잘 수렴하기 때문이다.
테일러 급수 — “함수를 한 점 근방에서 다항식으로 풀어 쓴 것”
매끄러운 함수 를 한 점 근방에서 다항식으로 근사할 수 있다.
여기서 는 의 1차, 2차 미분이다. 인 경우(매클로린 급수)가 자주 쓰인다. 본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셋:
직관. 함수의 0차 정보는 한 점에서의 함숫값, 1차 정보는 기울기, 2차 정보는 곡률, … — 미분을 더 많이 챙길수록 함수의 그 점 근방에서의 모양을 더 정확히 흉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1차까지만 쓰면 접선, 2차까지 쓰면 접하는 포물선, 그 이상은 더 정교한 곡선.
작은 진동의 근사. 작은 에서는 첫 몇 항만 더해도 꽤 정확하다. 단진자의 운동방정식에서 흔히 보는 ( 가 작을 때)는 사인의 테일러 급수에서 첫째 항만 남긴 결과다. 본문에서 작은 진동 또는 선형화 근사가 등장하면, 거의 모두 테일러 급수의 첫 한두 항만 살린 식이다.
테일러 급수가 변수만의 것이 아니다. 위 식에서 자리에 행렬을 대입해도 표기가 살아남는다. 그 결과가
이라는 행렬 지수다. 스칼라 지수의 테일러 급수를 형식적으로 행렬에 옮긴 것 — 이것이 본문 후반에서 등장하는 모든 “연산자 지수”의 출발점이다.
수렴 조건은 따로 챙겨 두자. 스칼라 테일러 급수는 함수와 점에 따라 수렴 반경이 있다 — 처럼 모든 에서 수렴하는 경우도, 처럼 에서만 수렴하는 경우도 있다. 행렬 지수 는 모든 행렬 와 모든 에서 수렴한다는 좋은 성질을 갖는다 — 이 사실은 본문에서 따로 증명 없이 받아들인다.
다음 장으로
1장에서는 뉴턴의 를 일반 좌표 의 언어로 다시 쓰면서 라그랑지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과정을 본다. 그때 이 0장의 세 가지 — 본론 1의 무대(구속이 있는 좌표계), 본론 2의 기호(), 본론 3의 테일러 급수 — 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 0장에서 다룬 어떤 기호든 아직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1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본론 2의 표를 한 번 더 훑어 두는 것을 권한다. 어휘가 머리에서 손으로 옮겨 가야 다음 장의 식이 비로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