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것인가 — 다음 책장

두 권에 걸쳐 따라온 작용 원리라는 한 가닥 줄기를 한 화면에 모아두고, 그 줄기에서 갈라져 나가는 세 개의 문을 가리키는 닫음의 장.

들어가며

여기까지 함께 와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 장의 목표는 새로운 정리를 하나 더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두 권의 책이 사실은 한 줄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한 페이지에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 한 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책장을 덮은 다음 어디로 손을 뻗으면 좋을지에 대해 짧게 짚는다.

본론 1 — 우리가 쌓아 올린 한 줄기

I권은 뉴턴이 R3\mathbb{R}^3 위에 적어 둔 운동방정식에서 출발했다. 좌표 변환에 약한 그 식을 매끄러운 다양체(manifold) 위로 옮기고, 라그랑지안 L(q,q˙,t)L(q, \dot q, t) 한 함수에서 작용

S[q]=LdtS[q] = \int L\, dt

를 만들고, 그것이 정류점이 되는 조건으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끄집어냈다. 거기서 뇌터(Noether) 가 대칭과 보존량을 묶었고, 다양체 TMT^*M 위의 해밀턴 흐름이 그 그림을 한 번 더 정리해 주었다.

II권은 그 골격을 그대로 끌고 더 멀리 갔다. 1·2·3장에서는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을 하나의 단일 편미분방정식으로 적었고, 적분가능계의 토러스 위의 운동을 작용–각 좌표로 풀었다. 4장에서 KAM이 그 그림의 깨짐을 다뤘다. 5·6·7장에서는 라그랑지안을 입자에서 장으로, 그리고 상대론적 4-벡터 위로 끌고 올라갔다. 8·9장에서는 같은 작용 SS 를 가중치 eiS/e^{iS/\hbar} 로 묶어 모든 경로 위에 더하는 경로적분(path integral)으로 변환했다. 변분 원리는 이 모든 일반화를 살아남는다 — 그 점이 이 두 권의 전부였다.

본론 2 — 두 줄의 도식

L(q, q̇)  →  S = ∫L dt  →  e^{iS/ℏ}  →  ⟨x_f | x_i⟩
고전                                    양자 진폭(전파인자)

이 한 줄 도식이 보기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왼쪽 끝은 I권 1장의 출발점, 오른쪽 끝은 9장의 도착점이다. 가운데 두 칸은 작용 원리(고전)와 경로적분(양자)을 잇는 다리다. 이 다리가 실제 수치 계산이 되는 가장 깨끗한 예가 격자 양자색역학(lattice QCD) 이다 — 시공간을 격자로 잘게 자르고 작용을 (대개 가상시간으로) 이산화해서 DϕeiS/\int \mathcal{D}\phi\, e^{iS/\hbar} 형태의 적분을 컴퓨터가 직접 평가한다. 두 권의 책에서 우리가 만지작거린 바로 그 줄기를, 슈퍼컴퓨터가 수십만 자유도 위에서 그대로 굴리고 있는 셈이다.

본론 3 — 세 개의 문

책을 덮은 다음 향할 수 있는 길은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 두 권의 작용–해밀턴 골격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다음 셋이다.

  • 심플렉틱·접촉 기하학(symplectic / contact geometry). 해밀턴 역학을 현대 수학의 언어로 다시 적어 주는 분야다. TMT^*M 위의 표준 2-형식 ω=dpdq\omega = dp \wedge dq 가 주인공이고, 정준 변환은 이 형식을 보존하는 사상(symplectomorphism)으로 정의된다. 다음 책으로는 아놀드(V. I. Arnold)의 Mathematical Methods of Classical Mechanics 가 가장 깨끗한 다리다 — I·II권에서 본 모든 도구가 미분기하의 언어로 다시 정돈되어 있다.
  • 플로어 이론·미러 대칭(Floer theory, mirror symmetry). 심플렉틱 기하가 대수기하와 만나는 자리. 위상적으로 견고한 위상공간의 불변량을 만들어 내며, 끈 이론과 수학적 물리의 깊은 지층으로 연결된다. 처음 도전한다면 매캐덕–살라몬(McDuff–Salamon)의 Introduction to Symplectic Topology 가 입구다.
  •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9장에서 본 eiS/e^{iS/\hbar} 의 가장 강력한 사용처. 입자물리 쪽 표준 텍스트는 페스킨–슈뢰더(Peskin & Schroeder)의 An Introduction to Quantum Field Theory, 더 기초적인 시각은 와인버그(Weinberg) 1권 The Quantum Theory of Fields. 이 두 권의 책에서 본 작용 원리가 양자화 이후에도 그대로 살아남는 광경을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파이썬으로 확인

마지막으로, 새로운 물리 없이 한 번만 더 손가락을 움직여 보자. 운동에너지 1 eV짜리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 λdB=h/p\lambda_{\rm dB} = h / p 를 계산한다. hh 는 플랑크 상수, mem_e 는 전자 질량, 1 eV 는 SI로 환산되는 에너지다.

import numpy as np

h = 6.626e-34      # 플랑크 상수 (J·s)
m_e = 9.109e-31    # 전자 질량 (kg)
eV = 1.602e-19     # 1 eV 를 줄로 환산

E_kin = 1.0 * eV                  # 운동에너지 1 eV
p = np.sqrt(2 * m_e * E_kin)      # 비상대론적 운동량
lam = h / p                       # 드브로이 파장 (m)

print(f"p   = {p:.3e} kg·m/s")
print(f"λ_dB = {lam*1e9:.3f} nm")
# 1 eV 의 전자는 원자 간격에 필적하는 파장을 가진다 — 양자화학으로 가는 다리.

출력은 약 λdB1.23\lambda_{\rm dB} \approx 1.23 nm. 원자 간 결합 길이(0.1 nm 안팎)와 비교하면 한 자릿수 큰 정도다. 이 한 줄의 숫자가 두 권 내내 우리가 따라온 다리 — 작용 원리에서 시작해 eiS/e^{iS/\hbar} 를 거쳐 물질파에 도달하는 다리 — 의 마지막 디딤돌이다.

마치며

처음 I권 1장의 라그랑지안 한 줄을 적었을 때, 그 한 줄이 II권 9장의 경로적분과 같은 식이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책을 덜 두꺼워 보였을 것이다. 두 권의 진짜 목표는 그 사실 — 같은 변분 원리가 입자에서 장으로, 비상대론에서 상대론으로, 고전에서 양자로 옮겨가도 살아남는다는 사실 — 을 손가락 끝으로 만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책이 그 다리를 한 번이라도 같이 건너 준 책으로 기억된다면, 저자로서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다음 책장에서 어느 문을 고르든, 이미 가지고 있는 도구가 거기서도 통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참 후에 어느 논문 앞에서 “아, 이건 작용을 정류시킨 거구나”라고 한 번이라도 혼잣말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 두 권은 제 몫을 다한 셈이다. 좋은 여행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