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송 괄호와 적분가능성

위상공간 위 함수들 사이의 리 괄호 — 푸아송 괄호로 해밀턴 역학을 한 줄에 다시 적고, 그 그림에서 적분가능한 계와 작용–각 변수가 어떻게 떨어지는지를 본다.

들어가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도구들 — 다양체, 미분형식, 라그랑지안, 변분, 대칭, 해밀토니안, 정준변환 — 이 한 점에서 만난다. 그 점이 바로 푸아송 괄호다. 이 장을 끝내면 독자는 해밀턴 방정식을 좌표 없이 f˙={f,H}\dot f = \{f, H\} 라는 한 줄로 적을 수 있게 되고, “적분가능한 계”라는 단어가 막연한 수식어가 아니라 정확한 정의를 가진 기하학적 사실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정의 위에서 조화진동자가 왜 모든 역학 책의 첫 예제로 등장하는지 — 작용–각 변수의 관점에서 — 한 그림으로 이해하게 된다.

본론 1 — 푸아송 괄호, 위상공간 위의 리 괄호

자유도 하나짜리 위상공간에서 두 매끈한 함수 f(q,p),g(q,p)f(q, p), g(q, p)푸아송 괄호(Poisson bracket) 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f,g}=fqgpfpgq\{f, g\} = \frac{\partial f}{\partial q}\frac{\partial g}{\partial p} - \frac{\partial f}{\partial p}\frac{\partial g}{\partial q}

자유도 nn 인 경우에는 같은 항을 모든 i=1,,ni = 1, \ldots, n 에 대해 합한다 (i(qifpigpifqig)\sum_i (\partial_{q^i} f \, \partial_{p_i} g - \partial_{p_i} f \, \partial_{q^i} g)). 곱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장의 벡터장 위 리 괄호(Lie bracket) 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연산이다 — 두 객체에서 새 객체를 만들되, 그 결과가 두 객체의 “교환 불가능성”을 잰다.

푸아송 괄호의 네 가지 성질이 모든 것을 떠받친다:

  1. 쌍선형성: 양 변수에 대해 선형.
  2. 반대칭성: {f,g}={g,f}\{f, g\} = -\{g, f\}. 특히 {f,f}=0\{f, f\} = 0.
  3. 라이프니츠 규칙: {f,gh}={f,g}h+g{f,h}\{f, gh\} = \{f, g\}h + g\{f, h\} — 곱에 대한 미분처럼 행동한다.
  4. 야코비 항등식: {f,{g,h}}+{g,{h,f}}+{h,{f,g}}=0\{f, \{g, h\}\} + \{g, \{h, f\}\} + \{h, \{f, g\}\} = 0.

이 네 성질로 위상공간의 매끈한 함수 공간 C(TM)C^\infty(T^*M) 은 무한차원 리 대수(Lie algebra) 가 된다. 위치와 운동량 사이에서 한 번 계산해 두면 유용하다: {qi,qj}=0,{pi,pj}=0,{qi,pj}=δ ji\{q^i, q^j\} = 0, \{p_i, p_j\} = 0, \{q^i, p_j\} = \delta^i_{\ j} (δ ji\delta^i_{\ j} 는 크로네커 델타). 이 세 줄이 양자역학의 표준 교환관계 [q^i,p^j]=iδ ji[\hat q^i, \hat p_j] = i\hbar \delta^i_{\ j} 의 고전적 원형이다.

푸아송 괄호로 해밀턴 방정식을 다시 적으면 11장에서 보던 두 줄이 하나로 합쳐진다. 임의의 위상공간 함수 f(q,p,t)f(q, p, t) 의 시간 도함수는

f˙={f,H}+ft\dot f = \{f, H\} + \frac{\partial f}{\partial t}

f=qif = q^i 를 대입하면 q˙i=H/pi\dot q^i = \partial H / \partial p_i, f=pif = p_i 를 대입하면 p˙i=H/qi\dot p_i = -\partial H / \partial q^i — 해밀턴 방정식 두 줄이 그대로 떨어진다. 이 표현의 진짜 위력은 다른 곳에 있다: {f,H}=0\{f, H\} = 0 이면 ff 는 운동의 적분(conserved quantity) 이다. 9장에서 본 뇌터의 정리는 푸아송 괄호의 언어에서는 한 줄짜리 명제가 된다. 두 함수가 푸아송 가환({f,g}=0\{f, g\} = 0)이라는 것은 각자가 생성하는 흐름이 서로 가환이라는 것과 같다 — 5장에서 본 벡터장의 리 괄호와의 다리가 여기서 놓인다.

본론 2 — 리우빌 적분가능성

자유도 nn 의 해밀턴 계가 리우빌 의미에서 적분가능(Liouville integrable) 하다는 것은, 위상공간 위에 nn 개의 매끈한 함수 F1,,FnF_1, \ldots, F_n 이 존재해서 다음 세 조건을 만족하는 것을 말한다:

  1. 그중 하나는 HH 자신이다 — 보통 F1=HF_1 = H 로 잡는다.
  2. nn 개의 함수는 함수적으로 독립이다 — 미분 dF1,,dFndF_1, \ldots, dF_n 이 거의 모든 점에서 일차독립.
  3. 두 개씩 모두 푸아송 가환이다 — 모든 i,ji, j 에 대해 {Fi,Fj}=0\{F_i, F_j\} = 0. 이 조건을 “대합 상태(in involution)“라고 부른다.

조건 3이 핵심이다. 단순히 보존량이 nn 개 있다는 것을 넘어, 그 보존량들이 서로의 흐름과도 양립한다는 강한 조건이다. 즉 FiF_i 가 생성하는 정준변환 흐름과 FjF_j 가 생성하는 흐름이 가환이어서, 위상공간 위에 좌표축 같은 그리드를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리우빌–아르놀트 정리(Arnold)는 이 조건에서 그림 전체를 한 문장으로 잡는다: 공통 등위면 {Fi=ci}\{F_i = c_i\} 이 콤팩트하고 연결되어 있으면 그것은 nn 차원 토러스 TnT^n 이고, 운동은 그 토러스 위의 등속 평행이동이다. 이때 토러스 위의 좌표로 작용–각 변수(action–angle variables) (Ji,θi)(J_i, \theta_i) 가 자연스럽게 잡힌다 — 작용 JiJ_i 는 토러스를 라벨링하고, 각도 θi[0,2π)\theta_i \in [0, 2\pi) 는 토러스 위의 위치를 정한다. 이 좌표에서 해밀토니안은 작용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함수 H(J)H(J) 가 되어, 해밀턴 방정식이

J˙i=0,θ˙i=ωi(J):=HJi\dot J_i = 0, \qquad \dot\theta_i = \omega_i(J) := \frac{\partial H}{\partial J_i}

로 풀린다. 모든 운동이 상수 진동수의 토러스 위 직선 운동이라는 뜻이다. 적분가능한 계의 동역학이 본질적으로 끝나는 곳이 여기다.

실제로 적분가능한 계는 매우 희귀하다 — 케플러 문제, 조화진동자, 강체의 자유회전, 코지 팽이 정도가 전통적인 목록이다. 일반적인 계는 적분가능하지 않고, 작은 섭동을 받으면 토러스 구조가 부분적으로 무너진다(KAM 정리). 그러나 적분가능한 한정된 사례가 학부 역학 교재의 90 %를 차지하는 이유는, 이 그림이 깨끗하고 손으로 끝까지 풀리기 때문이다.

본론 3 — 조화진동자의 작용–각 변수

자유도 하나의 1차원 조화진동자로 모든 것을 손에 쥐자. 해밀토니안은

H(q,p)=12p2+12ω2q2H(q, p) = \frac{1}{2}p^2 + \frac{1}{2}\omega^2 q^2

(단위 질량 m=1m = 1, 진동수 ω\omega, 옴메가). 위상공간의 등위면 H=EH = E 는 반축 2E\sqrt{2E}2E/ω\sqrt{2E}/\omega 의 타원이다. 자유도가 하나이므로 적분가능성 조건은 F1=HF_1 = H 자신 하나로 충족된다.

작용–각 변수를 손으로 잡아 보자. 다음 변환을 도입한다:

q=2Jωsinθ,p=2Jωcosθq = \sqrt{\frac{2J}{\omega}}\, \sin\theta, \qquad p = \sqrt{2J\omega}\, \cos\theta

이 변환의 야코비안을 직접 계산하면 (q,p)/(θ,J)=1\partial(q, p) / \partial(\theta, J) = 1 — 즉 부피요소 dqdp=dθdJdq \wedge dp = d\theta \wedge dJ 를 보존한다. 이는 11장에서 정의한 정준변환의 조건이다. 두 표현을 해밀토니안에 대입하면

H=122Jωcos2θ+12ω22Jωsin2θ=Jω(cos2θ+sin2θ)=ωJH = \tfrac{1}{2} \cdot 2J\omega \cos^2\theta + \tfrac{1}{2}\omega^2 \cdot \tfrac{2J}{\omega}\sin^2\theta = J\omega (\cos^2\theta + \sin^2\theta) = \omega J

해밀토니안이 각도에 의존하지 않는다 — 작용 JJ 만의 함수가 되었다. 해밀턴 방정식은 그대로 떨어진다:

J˙=Hθ=0,θ˙=HJ=ω\dot J = -\frac{\partial H}{\partial \theta} = 0, \qquad \dot\theta = \frac{\partial H}{\partial J} = \omega

JJ 는 상수, θ\theta 는 일정한 각속도 ω\omega 로 증가한다. (θ,J)(\theta, J) 평면에서 궤적은 수평한 직선 — 가장 단순한 운동이다. 원래 위상공간 (q,p)(q, p) 에서 타원을 따라 도는 동안 시간이 비등속이었던 것이, 작용–각 좌표에서는 등속이 된다. 이것이 작용–각 변수가 주는 보상이다.

JJ 의 물리적 의미는 곁들여 둘 가치가 있다. 한 주기 동안의 위상공간 면적을 2π2\pi 로 나눈 양 — J=(1/2π)pdqJ = (1/2\pi)\oint p \, dq — 이 정확히 위에서 도입한 JJ 와 일치한다. 보어–조머펠트의 양자화 조건 J=nJ = n\hbar 가 떨어지는 자리도 여기다. 작용은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을 잇는 다리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들어 올려지는 양이다.

파이썬으로 확인

# 조화진동자 (m=1, omega=1.5)를 RK4로 적분하면서
# 작용 J = H/omega 와 위상 theta = arctan2(p, omega*q) 를 매 스텝 기록한다.
# (q, p) 는 타원, (theta, J) 는 수평선이 되어야 한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omega = 1.5
def rhs(q, p):
    return p, -omega**2 * q

def rk4_step(q, p, dt):
    k1q, k1p = rhs(q, p)
    k2q, k2p = rhs(q + 0.5*dt*k1q, p + 0.5*dt*k1p)
    k3q, k3p = rhs(q + 0.5*dt*k2q, p + 0.5*dt*k2p)
    k4q, k4p = rhs(q + dt*k3q,     p + dt*k3p)
    return (q + dt*(k1q + 2*k2q + 2*k3q + k4q)/6,
            p + dt*(k1p + 2*k2p + 2*k3p + k4p)/6)

dt, T_end = 0.01, 12.0
N = int(T_end / dt)
q = np.empty(N+1); p = np.empty(N+1)
q[0], p[0] = 1.2, 0.0
for k in range(N):
    q[k+1], p[k+1] = rk4_step(q[k], p[k], dt)

H = 0.5*p**2 + 0.5*omega**2*q**2
J = H / omega
theta = np.arctan2(p, omega*q)
print(f"max relative drift of J = {(J.max() - J.min())/J[0]:.2e}")

fig, ax = plt.subplots(1, 2, figsize=(9, 4))
ax[0].plot(q, p); ax[0].set_xlabel("q"); ax[0].set_ylabel("p"); ax[0].set_title("(q, p) 타원")
ax[1].plot(theta, J, '.', ms=2); ax[1].set_xlabel(r"$\theta$"); ax[1].set_ylabel("J")
ax[1].set_title(r"$(\theta, J)$ 수평선"); ax[1].set_ylim(J[0]*0.9, J[0]*1.1)
plt.tight_layout(); plt.show()

JJ 의 상대 표류가 10610^{-6} 미만으로 떨어지면 RK4가 작용을 충분히 잘 보존하고 있다는 신호다. 좌측 그림은 원래 위상공간의 타원, 우측 그림은 작용–각 좌표에서의 수평선 — 같은 운동을 두 좌표계로 본 두 얼굴이다.

마치며

여기까지 함께 와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 책의 줄기를 다시 한 번 짚으면 이렇다 — 다양체 위에 벡터장을 얹고, 그 위에 미분형식의 언어를 깔아 적분과 미분의 모든 정리를 한 줄로 정리했다. 그 무대 위에서 라그랑지안이라는 하나의 스칼라 함수로 운동방정식을 적었고, 변분원리로부터 그 식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을 봤다. 대칭이 보존량을 주는 뇌터의 다리를 건너, 르장드르 변환으로 해밀턴의 그림으로 옮겨갔다. 거기서 좌표가 위치와 운동량의 짝으로 평등해지자, 정준변환푸아송 괄호가 그 평등을 떠받치는 구조로 드러났다. 한 권의 학습 노트가 추구한 것은 단 하나 — 같은 물리를 점점 더 좌표 독립적인 언어로 다시 적는 일이었다. 그 다음으로 갈 길은 세 갈래다. 후속 권인 해석역학 II 에서는 해밀턴–야코비 방정식과 장 이론으로의 일반화를 다룬다. 더 엄밀한 수학적 토대를 원한다면 아르놀트의 Mathematical Methods of Classical Mechanics 가 표준 참고서다. 그리고 푸아송 괄호 너머로 — 심플렉틱 형식 ω=dpidqi\omega = dp_i \wedge dq^i 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 심플렉틱 기하학 자체를 수학 과정으로 한 번 더 밟아보는 것을 권한다. 같은 풍경이 매번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