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준비 — 다양체 역학을 위한 도구상자

뉴턴의 법칙을 평면 너머로 끌고 가려면 새 어휘가 필요하다 — 기저, 행렬 지수, 그리고 접벡터까지 가는 가장 짧은 길.

들어가며

이 책은 라그랑주·해밀턴 역학을 다양체(manifold)의 언어로 다시 쓰는 학습 노트다. 그 작업은 1장에서 시작되지만, 그전에 독자가 손에 쥐고 있어야 할 도구가 몇 개 있다. 이 장을 마치면 독자는 “기저 바꾸기”를 인덱스 한 줄로 적을 수 있고, 행렬 지수 etAe^{tA} 가 왜 흐름(flow) 의 첫 사례인지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장의 접공간, 5장의 벡터장이 갑자기 튀어나온 추상이 아니라, 이 장에서 본 그림의 형식화임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본론 1 — 왜 도구상자가 필요한가

뉴턴이 던져 준 F=mx¨\mathbf{F} = m\ddot{\mathbf{x}} 는 위치 벡터가 R3\mathbb{R}^3 안에 살고 있다는 암묵의 가정 위에서 작동한다. 교과서의 단진자, 행성 운동, 충돌 문제까지는 이 가정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중 진자(double pendulum)를 생각해 보자. 두 막대의 각도 (θ1,θ2)(\theta_1, \theta_2) 가 좌표인데, 이 좌표 공간은 평면이 아니라 원환면(torus) T2=S1×S1T^2 = S^1 \times S^1 이다. 좌표 θ1=0\theta_1 = 0θ1=2π\theta_1 = 2\pi 는 같은 점인데, 평면의 미적분은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강체의 자세는 회전군 SO(3)SO(3) 라는 곡면 위에 살고, 구면 위의 입자는 S2S^2 위에 산다. 이런 공간을 일괄로 부르는 이름이 다양체 — 국소적으로는 Rn\mathbb{R}^n 처럼 보이지만 전역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공간이다. 정식 정의는 4장으로 미루지만, 이 책의 전제는 단순하다: 위치공간이 평면이 아닐 때를 다루려면, 미적분의 어휘를 좌표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시 적어야 한다. 그 대가는 선형대수의 어휘를 한 단계 더 가다듬는 일이다.

본론 2 — 선형대수 다시 보기

벡터공간 VV 위의 기저(basis)는 선형독립이면서 VV 전체를 생성하는 벡터들의 집합이다. 기저 {e1,,en}\{e_1, \dots, e_n\} 를 골랐을 때 임의의 벡터 vVv \in V 는 유일한 성분 (v1,,vn)(v^1, \dots, v^n) 으로 적힌다. 이 책에서는 아인슈타인 합 규약을 쓴다 — 같은 인덱스가 위·아래로 반복되면 합한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v=vieii=1nvieiv = v^i e_i \equiv \sum_{i=1}^{n} v^i e_i

만 적으면 충분하다. 위 첨자는 성분(반변)을, 아래 첨자는 기저(공변)를 나타낸다. 새 기저 {ei}\{e_i'\}ei=A ijeje_i' = A^j_{\ i} e_j 로 주어지면, 같은 벡터 vv 의 새 성분 viv'^i 는 역행렬 (A1) ji(A^{-1})^i_{\ j} 가 곱해진 형태가 된다 — 이것이 좌표변환(change of basis)이고, 텐서 개념의 출발점이다.

다음 도구는 고윳값과 고유벡터다. n×nn \times n 행렬 AA 에 대해 Av=λvA v = \lambda v 를 만족하는 0이 아닌 vv 가 있을 때 λC\lambda \in \mathbb{C} 를 고윳값이라 한다. 고윳값은 행렬을 회전·늘림으로 분해하는 좌표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장의 주연이 등장한다 — 행렬 지수(matrix exponential). 스칼라 지수함수 ex=1+x+x2/2!+e^x = 1 + x + x^2/2! + \cdots 를 그대로 행렬로 옮긴 것이다. AAn×nn \times n 행렬일 때,

etA=I+tA+(tA)22!+(tA)33!+e^{tA} = I + tA + \frac{(tA)^2}{2!} + \frac{(tA)^3}{3!} + \cdots

이 급수는 모든 AA 에 대해 절대수렴한다. 선형 ODE x˙=Ax\dot x = Ax 의 해는 — 증명은 우선 사실로 받아들이자 — x(t)=etAx0x(t) = e^{tA} x_0 로 적힌다. 여기서 강조해 두자: tt 를 바꿔 가며 etAe^{tA}x0x_0 에 적용하는 행위, 즉 시각 tt 동안 시스템을 흘려보내는 일이 우리가 앞으로 흐름(flow)이라 부를 대상의 첫 사례다. etAe^{tA}R\mathbb{R} 로 매개되는 선형사상의 일파라미터족이며, 5장에서 일반화될 그림의 가장 단순한 표본이다.

본론 3 — 접벡터의 직관

평면 위의 벡터는 어디에 갖다 붙여도 같은 벡터다. 평행이동이 자유롭다. 그러나 구면 S2S^2 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도의 한 점에서 동쪽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북극에 평행이동했을 때, 그 화살표가 어디를 가리켜야 하는지 자명하지 않다.

해결책은 점마다 자신만의 벡터공간을 두는 것이다. 점 pp 위의 접벡터(tangent vector)는 직관적으로 “점 pp 에서 그 곡면이 허용하는 속도”다. 점 pp 위의 접벡터 전부가 이루는 벡터공간을 접공간 TpMT_p M 이라 부른다. 구면의 북극에서의 접공간 TNS2T_{\text{N}} S^2 는 북극에서 구면에 접하는 수평 평면 — 직관 그대로다.

좀 더 형식적으로 보자. 점 pp 를 지나는 곡선 γ:(ε,ε)M\gamma : (-\varepsilon, \varepsilon) \to M, γ(0)=p\gamma(0) = p 가 있다고 하자. 그 곡선의 시각 0에서의 속도 γ˙(0)\dot\gamma(0) 가 한 접벡터다. 좌표 (x1,,xn)(x^1, \dots, x^n) 를 잡으면 γ˙(0)=γ˙i(0)ip\dot\gamma(0) = \dot\gamma^i(0)\, \partial_i \big|_p 로 적을 수 있고, 기저 {ip}\{\partial_i|_p\}TpMT_p M 의 기저 노릇을 한다. 이 식은 본론 2의 v=vieiv = v^i e_i 와 완전히 같은 형식이라는 점만 기억해 두자.

이 장에서는 그림과 어휘만 챙기면 충분하다. 정식 정의·동치성·기저 변환은 4장에서 다룬다. 그러나 한 가지는 지금 못 박아 두자: 벡터장이란 “공간 위 각 점에 접벡터 하나”를 부드럽게 깐 것이고, 그것을 따라 점을 흘려보낸 결과가 흐름이다. etAe^{tA} 는 그 모든 그림의 평면판이다.

파이썬으로 확인

# 행렬 지수가 정말 회전을 만들어 내는지 확인한다.
# A = [[0,-1],[1,0]] 는 평면 회전의 생성원이고,
# 그 지수 e^{tA} 를 x0 = (1,0) 에 적용하면 단위원이 나와야 한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A = np.array([[0.0, -1.0], [1.0, 0.0]])
x0 = np.array([1.0, 0.0])

def expm_series(M, terms=20):
    # 절단 테일러급수: 작은 ||M|| 에서 충분히 정확
    n = M.shape[0]
    result = np.eye(n)
    term = np.eye(n)
    for k in range(1, terms):
        term = term @ M / k
        result = result + term
    return result

ts = np.linspace(0.0, 2 * np.pi, 200)
xs = np.array([expm_series(t * A) @ x0 for t in ts])

# 닫힌 형식 cos t, sin t 와 비교
closed = np.array([[np.cos(t), np.sin(t)] for t in ts])
err = np.max(np.abs(xs - closed))
print(f"급수해와 닫힌형식의 최대 오차 = {err:.2e}")

plt.plot(xs[:, 0], xs[:, 1])
plt.gca().set_aspect("equal")
plt.title(r"$e^{tA} x_0$ 가 그리는 흐름")
plt.show()

오차가 101010^{-10} 단위로 떨어지고 그림이 단위원을 그리면, etAe^{tA} 가 “초기 벡터에 시각 tt 만큼 작용하는 흐름”이라는 정의가 손에 잡혔다고 봐도 된다.

다음 장으로

1장: 운동 방정식에서는 뉴턴의 F=mx¨\mathbf{F} = m\ddot{\mathbf{x}} 를 일반 좌표 qiq^i 의 언어로 다시 쓰면서 라그랑지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과정을 본다. 이 장에서 챙긴 인덱스 표기와 흐름의 그림이 그 작업의 기본 어휘 노릇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