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음」이 기능이 되었다 — LibreOffice 26.8이 세운 기록의 해석

소프트웨어 전 영역에 AI가 기본 탑재되는 시장에서, AI 없는 대안이 차별화될 여지는 정말로 남아 있는가?

도입

2026년 8월 26일에 공개된 LibreOffice 26.8이 이 소프트웨어 역사상 가장 많이 내려받은 업데이트가 되었다. 일주일 만에 인스톨러 다운로드가 100만 건을 넘었다. 리눅스 배포판 저장소를 통한 업데이트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9월 8일, 이 소식을 다룬 Manual do Usuário의 기사가 해커뉴스에서 712점을 받았다. 필자 로드리고 게딘(Rodrigo Ghedin)은 기록의 원인을 묻고 스스로 답을 건다. 조판과 글쓰기 시스템 개선이 NGO·정부기관·사무실에서 호평받았다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자신은 「비(非)기능」 쪽에 걸겠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생성형 AI 기능을 넣지 않았다는 선언 말이다.

다운로드 기록을 자축하고 광범위한 언론 보도를 받은 다음 날,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The Document Foundation(TDF)은 입장을 명문화했다. 글의 제목은 「그렇다, 이제 AI 없음은 기능이다(Yes, no AI is now a feature)」였다.

여기서 질문이 갈린다. 이 기록은 무엇의 증거인가. 그리고 애초에 그것이 증거이긴 한가.

선언문이 아니라 조건 목록이었다

먼저 TDF가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지 정확히 옮길 필요가 있다. 이 사안은 「반AI 선언」으로 소비되었지만, 원문은 선언보다 조건 목록에 가깝다.

이탈로 비뇰리(Italo Vignoli)가 서명한 글은 TDF가 「인공지능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다. 다만 이 기술이 기본 탑재되기 위한 원칙들의 목록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통제하는 실행, 허가 없이 어떤 콘텐츠도 컴퓨터를 떠나지 않을 것, 어떤 종류의 텔레메트리도 없을 것, 단일 벤더에 대한 의존이 없을 것, 파일 포맷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것, 그리고 전적으로 선택적일 것.

이 여섯 항목을 읽는 방식이 이 사안의 해석을 결정한다. 이것은 「AI는 나쁘다」가 아니라 「기본값에 넣으려면 이 조건들을 통과해야 한다」는 문장이다. 실제로 TDF는 당장은 AI를 통합하려는 사용자에게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권한다고 밝혔다. 즉 금지가 아니라 기본값에서의 배제다.

TDF 자신도 이 입장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자신들의 독특한 입장은 「기술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AI에 전면적으로 뛰어든 경쟁자들을 겨눈다. 재단이 보기에 AI 어시스턴트는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고, 모든 문서를 자사 인프라 안에 묶어 두려는 명분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구독 판매에 의존하는 회사들을 가리킨 말이다.

기사의 필자도 이 대목에서 한발 물러선다. TDF의 상세한 설명은 LibreOffice 26.8 출시 발표를 반AI 선언문으로 읽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관찰이 정확하다. 화제가 된 것은 「AI 없음」이라는 네 글자였지만, 재단이 실제로 내놓은 것은 여섯 개의 검증 가능한 조건이었다. 전자는 정서이고 후자는 사양이다. 그리고 사양은 언젠가 충족될 수 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그리고 유통 경로

해커뉴스 토론에서 가장 길게 이어진 실랑이는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벌어졌다. 다운로드 기록이 정말로 AI 정책 때문인가.

회의론의 요지는 단순하다. LibreOffice 다운로드 수가 원래 우상향하고 있었다면, 최신 릴리스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록은 AI 정책과 무관하게 설명된다. 이 반론을 둘러싸고 스레드는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길어졌다.

반대편의 정리도 읽을 만하다. 한 이용자는 이 반론이 다운로드 수치가 일관되게 상승 추세일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새 기록을 불리언 값으로 단순화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일반적 추세를 따르는 사건이라도 이례적인 사건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 다운로드 수치가 완전히 평범하다는 것을 실제로 입증하기 전까지 이 논쟁은 궤변에 가깝다고 봤다.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가능성만 주장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전형적인 해커뉴스식 반대론이라는 것이다(@Timon3).

세부를 더 보면 논쟁의 성격도 드러난다. 반론 측은 상대가 「LibreOffice가 수치가 오르고 있다고 말한 게 아니라 특정한 기록을 주장했다」는 식으로 논점을 옮긴다고 항의했고, 자신이 원래 제기한 것은 「다운로드 수가 일관되게 상승 추세가 아니라면」이라는 조건절이었다고 되짚었다(@tempfile). 그래프가 들쭉날쭉해서 상승 추세라고도 아니라고도 주장할 수 있다는 점까지는 양쪽이 동의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확인 가능한 데이터가 있는데도 양측 모두 그래프를 열어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가능성의 균형만 주고받았다.

이 실랑이 자체가 유용한 교훈을 준다. 「AI 없음이 팔린다」는 명제는 매력적이지만, 제시된 증거는 단일 시점의 다운로드 수치 하나다. 대조군이 없다. AI를 넣은 비슷한 제품의 같은 기간 다운로드 변화, 이전 릴리스들의 첫 주 수치 분포, 언론 보도량의 영향 같은 것들이 분리되지 않았다. 필자 본인이 「내 돈을 비기능 쪽에 걸겠다」고 표현한 것은 그래서 정직한 서술이다. 그것은 측정이 아니라 베팅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수요의 존재가 아니라 포지셔닝의 성립이다. 한 이용자의 정리가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는 자신이 AI 혐오자가 아니며 자신의 AI 앱이 워드 문서를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제한다. 다만 LibreOffice를 열기로 했을 때는 직접 무언가를 쓰고 싶어서 여는 것이지, AI를 쓰려고 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워드 프로세서가 ChatGPT가 해 줄 수 있는 일의 열등한 버전을 번들로 끼워 넣을 필요는 없다(@notatoad).

이 문장은 시장 구조에 대한 관찰이다. AI 기능이 별도의 도구에서 충분히 제공되는 순간,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각자 자기 버전의 어시스턴트를 내장할 이유는 오히려 줄어든다. 같은 스레드에서 지적된 것처럼, 코딩 에이전트는 워드 문서를 편집해야 할 때 필요한 도구를 직접 내려받아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empath75). 문서 편집 기능을 AI가 호출하는 구조에서는, 문서 편집기가 AI를 내장하는 구조가 오히려 중복이 된다. 통합의 방향이 뒤집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배경에 깔린 자금 구조도 짚어 둘 만하다. LibreOffice는 2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Microsoft Office의 무료 대안이며, 다운로드 100만 건은 그만큼의 매출로 환산되지 않는다. TDF가 구독 판매에 의존하는 회사들을 겨눈 문장 — AI 어시스턴트가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고 문서를 자사 인프라에 묶어 두는 명분을 강화한다는 지적 — 은 경쟁사 비판인 동시에 자기 처지의 서술이기도 하다. 재단에는 가격을 올릴 구독이 없고, 따라서 AI 기능의 추론 비용을 회수할 경로도 없다. 원칙과 제약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어느 쪽이 결정을 내렸는지는 밖에서 판별되지 않는다. 다만 밖에서 판별 가능한 것은 그 결정이 여섯 개의 검증 가능한 조건으로 공개되었다는 사실이며, 이는 「우리는 돈이 없다」보다 훨씬 오래 쓰일 수 있는 형태다.

기본값 경쟁에서 무엇이 걸려 있는가

실무자 관점에서 이 사건의 값어치는 TDF가 내놓은 여섯 조건에 있다. 그것은 그대로 조달·도입 심사의 체크리스트가 되기 때문이다.

「허가 없이 어떤 콘텐츠도 컴퓨터를 떠나지 않는다」와 「어떤 종류의 텔레메트리도 없다」는 두 항목은 특히 검증 가능한 형태로 쓰여 있다. 이것은 취향 진술이 아니라 관측 가능한 주장이다. 패킷 캡처로 반증할 수 있다. AI 기능을 탑재한 오피스 제품을 도입 심사할 때 물어야 할 질문도 정확히 이 형태여야 한다. 「데이터를 학습에 쓰지 않습니다」라는 정책 문구가 아니라, 기능을 켰을 때 어떤 엔드포인트로 무엇이 나가는가이다. 정책은 진술이고 캡처는 증거다.

「단일 벤더에 대한 의존이 없을 것」과 「파일 포맷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것」도 실무적으로 무겁다. 전자는 모델 제공자가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종료했을 때 제품이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다. 후자는 AI 기능이 문서에 자기만 이해하는 메타데이터를 심어 넣어 사실상 포맷 잠금을 만드는 흔한 패턴을 겨냥한다. 두 항목 모두 오픈 포맷 진영이 수십 년 동안 싸워 온 전선이며, AI 기능은 그 전선을 다시 열 수 있는 새로운 통로다.

「전적으로 선택적일 것」이라는 마지막 항목도 가볍게 읽을 것이 아니다. 실무에서 이 조건은 거의 언제나 깨진다. 기능이 선택적이라고 문서에 적혀 있어도, 기본값이 켜짐이거나, 끄는 경로가 설정 세 단계 아래에 있거나, 업데이트 때마다 다시 켜지는 식이다. 「선택적」을 검증 가능한 주장으로 만들려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 설치 직후 아무 설정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기능이 네트워크를 사용하는가, 그리고 껐을 때 그 사용이 실제로 0이 되는가. 이 두 질문은 문서가 아니라 관측으로만 답할 수 있다.

전망은 세 갈래로 나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이 여섯 조건이 사실상 업계 표준의 초안 역할을 한다. 로컬 실행 모델의 품질이 올라가면 조건들은 충족 가능해지고, LibreOffice도 결국 조건을 통과한 AI를 기본 탑재한다. 이 경우 TDF의 입장은 반대가 아니라 지연이었던 것으로 판명된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이 기록이 일회성 언론 효과로 끝난다. 다음 릴리스의 다운로드가 평년으로 돌아오고, 「AI 없음」은 마케팅 카피로만 남는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시장이 갈라지는 것이다. 개인 사용자 시장에서는 AI 내장이 계속 기본값이 되고, 공공기관·의료·법무처럼 데이터가 경계를 넘으면 안 되는 영역에서는 「AI 없음」 또는 「로컬 전용 AI」가 조달 요건이 된다. 그렇게 되면 LibreOffice가 얻은 것은 대중 시장의 승리가 아니라 특정 구매자 집단의 기본 선택지라는 지위다. 다운로드 100만 건 중 얼마가 그 집단에서 나왔는지는 공개 데이터로 알 수 없지만, 기사가 NGO와 정부기관, 사무실을 먼저 거론한 것은 시사적이다.

결론

필자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제 시장 전체가 온갖 소프트웨어에 AI를 넣는데, AI 없는 대안이 두드러질 여지가 정말로 남아 있는가. 그의 답은 「보아하니, 있다」였다.

이 답에 조건을 붙이는 편이 정확하다. 증거는 단일 관측치이고 대조군이 없다. 인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은 궤변이 아니라 정당한 유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반증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100만 건의 다운로드가 있었고, 재단은 그것을 정서가 아니라 여섯 개의 조건으로 번역했으며, 그 조건들은 검증 가능한 형태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이 기록이 반복 가능한지도 곧 드러난다. 다음 릴리스의 첫 주 수치가 이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AI 없음」은 일회성 보도 효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포지션이라는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온다면, 이번 100만 건은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정책을 다룬 기사의 효과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해진다. 이 구분은 몇 달만 기다리면 공개 데이터로 확인된다. 지금 단정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라는 뜻이다.

기능을 더하는 것이 언제나 제품을 낫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말은 오래된 상투구다. 이번 사건이 새로 보탠 것은, 넣지 않겠다는 결정을 왜 넣지 않는지의 조건 목록으로 공개했을 때 그것이 실제로 제품 설명이 된다는 관찰이다. 당신이 도입 심사하는 다음 제품에 같은 여섯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떤 답이 돌아오는가. 그리고 그 답을 패킷 캡처로 확인해 본 적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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