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 DABUS 사건과 일본 대법원이 확정한 것

AI가 스스로 발명을 만들어낸다면, 그 발명의 발명자는 누구인가. 일본 대법원은 “적어도 AI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 답은 문제를 푼 것인가, 미룬 것인가.

도입

2026년 3월 4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그 결정으로 하급심 판단 — “현행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自然人)이어야 한다” — 이 확정되었다. 사건 자체는 그때 끝났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난 2026년 7월 2일(KST), 이 판결이 Hacker News 첫 페이지에 올라 363점과 192개의 댓글을 받았다. 이미 확정된 판결이 왜 지금 다시 호명되는가. 이유는 판결의 결론이 아니라 판결이 남긴 공백에 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미국의 스티븐 세일러(Stephen Thaler)가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출원을 세계 각국에 냈다. 일본은 그 출원이 도달한 여러 관할 중 하나였을 뿐이다. DABUS는 우연히 생긴 분쟁이 아니라, 세일러 팀이 각국 특허 제도의 전제 — “발명자는 인간이다” — 를 의도적으로 시험하기 위해 설계한 세계적 시험소송이다. 일본 대법원의 확정은 그 시험의 한 관할에서 나온 결과이고, 지금의 재조명은 그 결과가 모여 그리는 하나의 지도를 향한다. 그 지도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다.

‘자연인’이라는 요건: 지재고재에서 대법원까지

일본에서 이 사건이 흘러온 경로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세일러의 출원은 특허청 단계에서 형식 요건을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 특허법은 발명자의 성명을 기재하도록 요구하는데, “DABUS, 본 발명을 자율적으로 발명한 인공지능”이라는 기재는 특허청이 요구하는 자연인의 성명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일러 측은 이 판단을 다투었고, 사건은 지식재산고등재판소(知財高裁)로 올라갔다.

2025년 1월, 지재고재는 세일러의 청구를 기각하며 핵심 논리를 명확히 제시했다. 현행 특허법은 “자연인이 발명자인 발명에 대해서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절차를 인정하고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구조를 뜯어보면 두 층위가 있다. 첫째는 실체적 요건 —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 — 이고, 둘째는 절차적 사실 — 현행법의 모든 절차가 자연인 발명자를 전제로 짜여 있다 — 이다. 법은 AI를 발명자로 ‘금지’한다기보다, AI를 발명자로 상정하는 절차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이 차이는 뒤에서 다시 중요해진다.

지재고재가 든 또 하나의 근거가 법적 인격(法的人格) 또는 권리능력(権利能力)이다. 특허권은 재산권이고, 재산권을 보유하려면 권리의 주체가 될 자격 — 권리능력 — 이 있어야 한다. 자연인과 법인은 권리능력을 갖지만, AI 시스템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권리능력이 없는 주체에게 특허권을 원시적으로 귀속시킬 방법이 현행법의 틀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발명자로 이름을 올리는 일과 그 발명으로 생기는 특허권을 보유하는 일이 제도상 연결되어 있는데, AI는 그 연결의 출발점에 설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 특허법의 조문 구조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특허법 제2조 제1항은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 중 고도한 것”으로 정의하는데, 그 ‘창작’의 주체로서 발명자는 조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인간을 상정한다. 발명자는 발명을 한 순간 그 발명에 대한 권리를 원시취득하고, 특허를 받을 권리를 출원인에게 이전하는 구조 — 이 권리의 흐름 전체가 자연인 발명자를 출발점으로 짜여 있다. 특허청(特許庁)의 심사 실무도 이 전제 위에서 발명자란에 자연인의 성명 기재를 요구해 왔다. 세일러의 출원이 형식 단계에서 막힌 것은 심사관의 자의가 아니라, 제도가 애초에 AI라는 항목을 담을 칸을 갖고 있지 않다는 구조적 사실의 반영이었다.

2026년 3월 4일, 최고재판소는 상고를 수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대법원이 스스로 새 법리를 세운 것이 아니라,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사법부가 취한 신중론의 성격이다. 법원은 “AI는 발명할 수 없다”거나 “AI의 산출물은 발명이 아니다”라는 철학적 선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현행법의 틀 안에서는 권리능력 없는 주체에게 특허권을 부여할 길이 없다”는, 철저히 실정법에 갇힌 판단을 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법을 해석하는 법원이 아니라 법을 만드는 국회(国会)가 다룰 사안이라고 명시적으로 공을 넘겼다. 일본의 2025년 지적재산추진계획(知的財産推進計画)이 이미 AI 발명자성(AI inventorship)을 열린 정책 과제로 지목해 둔 것과 정확히 맞물리는 태도다. 판결은 답이 아니라, 답을 미루는 방식에 대한 결정이었다.

거의 모든 관할이 인간으로 수렴한다: DABUS의 세계 지도

일본의 판단을 세계 지도 위에 올려놓으면 하나의 패턴이 드러난다. DABUS 출원은 미국, 영국, 유럽특허청(EPO),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일본에 걸쳐 거의 동일한 청구로 제기되었고, 그 결과의 분포가 곧 각국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이 발명자는 “자연인(natural person)“이어야 한다며 출원을 거절했고,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이 이를 확정했다. 연방대법원은 상고 허가(certiorari)를 거부해 사건을 종결시켰다. 미국 특허법이 발명자를 “individual”로 규정한다는 문언 해석이 결정적이었다.

영국. 2023년 영국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세일러의 청구를 기각했다. 영국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며, AI가 만든 발명의 특허권이 그 AI의 소유자에게 자동으로 귀속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유럽특허청(EPO). 출원을 거절했다. 발명자는 법적 능력을 가진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항소심(Board of Appeal)에서도 유지되었다.

호주. 가장 흥미로운 반전을 보인 관할이다. 2021년 연방법원 1심에서 한 판사가 호주 특허법상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 판결은 항소심 전원합의체에서 뒤집혔다. 잠깐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힌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일하게 DABUS를 발명자로 하는 특허가 등록되었다. 다만 남아공은 실체 심사(substantive examination)를 하지 않는 등록주의 관할이라, 발명자성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형식이 통과된 예외이지, 논증으로 도달한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이제 이 지도에서 “자연인만” 진영의 다수에 합류했다. 여기서 정말 눈여겨볼 것은 결론의 일치가 아니라 논증의 일치다. 각국 법원은 서로 다른 법체계를 가졌음에도, 거의 예외 없이 두 가지를 함께 말했다. 하나는 “현행법상 발명자는 인간이다”라는 결론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바꿀지는 입법부가 결정할 문제다”라는 유보다. 어느 최고법원도 “AI는 본질적으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철학적 종지부를 찍지 않았다. 모두가 자국 특허법의 문언과 절차를 근거로 삼았고, 그 문언이 인간을 전제로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왜 사법부가 하나같이 답을 미루는가. 세 가지 이유가 겹친다. 첫째, 발명자성 개념을 바꾸면 특허 제도 전체의 구조 — 권리 귀속, 이전, 침해 책임, 존속기간 — 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손댈 규모가 아니다. 둘째, 이것은 국제 조화(harmonization)의 문제다. 한 나라만 AI 발명자를 인정하면 특허의 국경 간 정합성이 깨진다. 셋째, 발명자성은 근본적으로 정책 선택이지 논리적 필연이 아니다. AI에게 특허를 줄 것인가는 “누구에게 어떤 유인을 줄 때 사회가 가장 이득을 보는가”라는 경제·정책 판단이고, 그 판단의 권한은 선출된 입법부에 있다. DABUS의 세계 지도는 그래서 “AI는 발명자가 아니다”라는 지도가 아니라, “지금의 법으로는 담을 수 없고, 담을지는 아직 아무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공백의 지도다.

유인 없는 발명자: 특허 제도의 근본 가정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이 사건이 특허 잡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이유는 여기서 드러난다. 특허 제도의 정당화 논리는 오래도록 **유인 이론(incentive theory)**이었다. 발명은 인간 정신의 창조적 노력에서 나오며, 그 노력에는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 사회는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의 독점권 — 시간제한부 모노폴리 — 을 부여함으로써 그 노력에 보상하고, 그 대가로 발명의 공개를 얻어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 발명자가 독점의 유인 때문에 발명한다는 전제가 이 거래의 심장이다.

문제는 AI에게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DABUS는 20년의 독점권을 원하지 않는다.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고, 유인이 있든 없든 산출을 멈추지 않는다. 유인을 주어야 발명이 나온다는 거래의 한쪽 당사자가 애초에 유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라면, 그 존재의 산출물에 독점권을 붙일 근거는 무엇인가. 유인 이론의 언어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자연인’ 요건이 단순한 형식 규정이 아니라 제도의 철학적 토대에 박힌 못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AI가 실제로 발명을 만들어내는 경우, 현행 틀은 세 갈래의 곤경 중 하나로 빠진다. 어느 것도 깨끗하지 않다.

첫째, 허위 발명자. 실제로는 AI가 만든 발명을, 그 AI를 운용한 인간이 자기 이름으로 출원한다. 절차는 통과하지만, 발명자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 여러 관할에서 발명자의 부정확한 기재는 특허의 유효성을 위협하거나 부정행위(fraud)로 이어질 수 있는 하자다. 제도가 사람들에게 사실상 거짓말을 하도록 요구하는 구조가 된다.

둘째, 소유자 귀속. AI의 산출물을 그 소유자·운용자의 발명으로 귀속시키는 길이다. 그러나 영국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짚었듯, 발명자와 소유자는 법적으로 다른 지위다. AI를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AI가 만든 것의 발명자가 되지는 않는다. “발명자 = 소유자”라는 등식을 세우려면 특허법의 발명자 개념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 — 바로 법원들이 입법부에 넘긴 그 작업이다.

셋째, 특허 불가. AI가 진짜로 단독 발명자라면, 그 발명은 어떤 인간에게도 귀속될 수 없어 특허의 대상에서 빠진다. 그 결과 인류가 쓸 수 있는 유용한 발명이 아무도 독점하지 못하는 이상한 공공영역(public domain)으로 떨어진다. 공개는 촉진되지만 공개를 유인할 보상 구조가 사라진다.

이 세 갈래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의 불일치다. 발명이라는 행위(누가 실제로 만들었는가)와 권리라는 지위(누가 보상을 받는가)가 현행 제도에서는 발명자라는 한 인물 위에 겹쳐 있는데, AI는 그 겹침을 강제로 벌려 놓는다. 만든 주체(AI)와 보상받을 자격이 있는 주체(인간)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틈을 메우는 어떤 방법도 지금의 법으로는 거짓이거나(허위 발명자), 개념 확장이거나(소유자 귀속), 포기(특허 불가)가 된다. 법원이 입법부에 넘긴 것은 결국 이 틈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정책 결정이다.

이 세 곤경은 특허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저작(authorship)을 전제로 세워진 모든 법적·경제적 틀이 같은 지점에서 삐걱댄다.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이미지에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AI가 짠 코드의 라이선스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이 블로그가 2026년 내내 추적해 온 질문들, 이를테면 Godot이 AI 기여를 금지한 사건이나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공방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창작과 발명이 인간 정신에서만 나온다는 전제 위에 지어진 제도들이, 그 전제를 만족하지 않는 산출물의 홍수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DABUS는 그 한계의 특허법 쪽 얼굴이다.

결론

일본 대법원이 확정한 것은 명료하다. 현행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고, 권리능력 없는 AI에게 특허권을 부여할 길은 지금의 법 안에 없다. 이 결론은 옳고, 각국의 다수 판례와도 정합적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문제를 풀었다고 보는 것은 오독이다. 법원이 한 일은 결정이 아니라 유예다. “우리는 답하지 않는다, 국회가 답해야 한다”는 태도를, 세계의 최고법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함께 취했다.

그래서 지금 이 넉 달 지난 판결이 다시 읽히는 것이다. 확정된 것은 “AI는 발명자가 아니다”가 아니라 “지금의 법으로는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고, 재조명이 향하는 곳은 그 뒤에 남은 진짜 질문이다. AI가 유인 없이도 발명을 쏟아낼 때, 사회는 그 산출물에 어떤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 유인 이론이 유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발명자를 만나 무력해질 때, 특허라는 200년 된 거래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법원들은 이 질문을 만장일치로 입법부에 넘겼다. 넘겨진 질문은 아직 어느 나라의 의회에서도 풀리지 않았다. DABUS 사건이 확정한 진짜 유산은 판결문이 아니라, 그 공백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