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md 와 '두 번째 뇌' 의 해체 — PKM 이 다시 작아지는 이유
Files.md 와 ‘두 번째 뇌’ 의 해체 — PKM 이 다시 작아지는 이유
5월 둘째 주 Hacker News 1위에 오른 Files.md 는 왜 자기를 “Obsidian 대안” 으로 부르면서 동시에 Obsidian 의 철학 전체를 거부하는가. 같은 마크다운 파일을 다루는 도구가 정반대의 미래를 그릴 때, 우리는 무엇을 골라야 하는가.
도입 — “두 번째 뇌” 라는 약속의 균열
5월 14일 Hacker News 상단에 한 줄이 떴다. “Show HN: Files.md — Open-source alternative to Obsidian.” 24시간 안에 518점, 269 코멘트. Obsidian 대안 카테고리는 매주 한두 개씩 등장해 왔지만, 이 글이 1위까지 오른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README 첫머리에 적힌 한 줄, “당신은 자기 파일을 소유해야 하고, 그 파일을 여는 소프트웨어도 소유해야 한다(you should own your files, and the software that opens them).” 그 다음에 더 묵직한 문장이 따라온다. “이 도구는 일부러 기능을 제한해서, 도구 자체를 손보는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생각하는 시간으로 사용자를 돌려보낸다.”
이 글의 작성자 zakirullin 은 5년 동안 자기와 친구들이 쓰던 도구를 5월에 공개했다. 코드베이스는 Go 백엔드(56%) + JavaScript 프런트엔드(28%) + CSS(13%)로 단순하다. 빌드 시스템도 없다. web/index.html 을 그냥 열면 된다. 의존성은 리포지토리 안에 vendoring 되어 있다. MIT 라이선스다. README 의 어딘가에 Joan Westenberg 의 “내 두 번째 뇌를 지웠다(I deleted my second brain)” 라는 에세이가 인용된다. “시스템이 자랄수록, 나는 생각의 작업을 점점 더 뒤로 미뤘다(the more my system grew, the more I deferred the work of thought).”
이 인용이 결정적이다. Files.md 는 단순한 Obsidian 의 오픈소스 대안이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PKM(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커뮤니티가 굳혀 온 “두 번째 뇌” 라는 메타포 자체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선언이다. 같은 마크다운 파일을 다루면서도, Files.md 는 Obsidian 과 정반대의 길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정반대는 5월 13일에 다룬 Memory.md 패턴 — Claude Code 가 직접 Obsidian 마크다운으로 노트를 적게 만드는 패턴 — 과도 정반대다.
이 글은 그 정반대의 구조를 따져 본다. 먼저 Files.md 가 정확히 무엇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는가. 다음에 왜 5년 만에 PKM 의 미니멀리즘 흐름이 다시 돌아오는가. 마지막으로 AI 시대에 “도구를 작게 유지하기” 라는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문 1 — Files.md 가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것들
Obsidian 의 매력은 플러그인 생태계에 있었다. 2020년대 초반에 Obsidian 이 빠르게 채택된 이유는 Logseq 보다 단순하면서도 Notion 보다 자유로웠기 때문이지만, 그것을 결정적으로 굳힌 것은 1700개에 달하는 커뮤니티 플러그인이다. Dataview 로 노트를 SQL 처럼 쿼리하고, Templater 로 새 노트를 자동 생성하고, Excalidraw 로 손글씨 도해를 그리고, Smart Connections 같은 AI 플러그인으로 노트 사이의 의미 연결을 자동으로 찾는다. 5월 13일에 본 manchan 의 워크플로 — Claude Code 가 매일 아침 8시에 Obsidian 노트를 자동 정리해 Wikilinks 와 Callouts 를 채우는 — 도 이 생태계 위에서 가능한 흐름이다.
Files.md 는 이 모든 것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README 에 적힌 설계 원칙은 짧고 단호하다.
- 한 노트는 한 아이디어
- 구조 최소화
- 링크는 손으로 직접 만든다
- 노트를 다시 읽으며 실제로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쓴다
- “고급 템플릿이 아니라 자기 뇌를 써야 한다(you’ll have to use your brain, not advanced templates)”
이 원칙은 Obsidian 의 정반대다. Obsidian 사용자가 자주 빠지는 함정은 노트 수집 자체가 작업이 되는 것이다. Dataview 쿼리를 다듬고 템플릿을 정비하고 그래프 뷰의 색깔을 조정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데, 정작 그 노트들이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Westenberg 의 에세이가 지목한 문제는 이것이다. “시스템 자체가 사고의 대체물 처럼 작동한다.”
zakirullin 은 HN 코멘트에서 자기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적었다. “당신은 자기 파일을 평문으로 소유해야 할 뿐 아니라, 그 파일을 여는 소프트웨어도 소유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파일과 도구가 함께, 완전히 당신의 소유 아래에서, 시간을 거치며 같이 자랄 수 있다(So that your files and tools can grow together, fully under your ownership, through the ages).” 이 문장은 PKM 도구의 두 층위를 구분한다. 위층은 파일이다. Obsidian 의 마크다운 파일은 평문이라 사용자가 소유한다. 그렇지만 아래층, 그 파일을 여는 소프트웨어 자체는 사용자가 소유하지 못한다. Obsidian 은 폐쇄 소스고, 가격이 바뀌거나 라이선스가 바뀌거나 서비스가 종료될 위험이 항상 남아 있다. HN 의 himata4113 가 코멘트에 적은 한 줄, “이 글을 보고 처음으로 Obsidian 이 오픈소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this made me realize that obsidian is not opensource)” 는 이 위험이 사용자 의식 표면에 자주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Files.md 는 그 두 번째 층까지 사용자가 소유하도록 만든다. 단순한 Go 백엔드와 JavaScript 프런트엔드는 의도적이다. 코드를 LLM 이 읽고 수정하기 쉽도록 작게 유지한 구조다. zakirullin 은 같은 코멘트에서 “이 앱은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LLM 으로 손쉽게 다듬을 수 있도록 짜여 있다(the app can be easily tweaked for your own needs via an LLM — code is optimized for that)” 고 적었다. 이게 핵심이다. AI 가 노트를 자동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AI 가 노트 도구 자체를 사용자 손에 맞게 다듬는다. 두 패턴의 방향이 정반대다.
본문 2 — 왜 5년 만에 PKM 미니멀리즘이 돌아오는가
PKM 도구의 역사는 진자 운동에 가깝다. 2015년 무렵 Evernote 가 정점에 있을 때, 사용자들은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으는 미니멀리즘에 매료됐다. 2018년경 Roam Research 가 등장하면서 비방향성 그래프, bidirectional links, daily notes 같은 새 패턴이 표준이 됐다. 2020년 Obsidian 이 그 패턴을 로컬 마크다운으로 옮겨 와 빠르게 확장했다. 그 다음 5년 동안 PKM 도구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Notion 은 데이터베이스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Logseq 는 outliner 기능을 깊이 팠고, Obsidian 은 플러그인으로 무한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 됐다.
2025년부터 진자가 반대 방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신호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 Joan Westenberg 의 에세이가 그 신호의 결정판이었다. 그 글은 단순한 노트 도구 사용 후기가 아니라, “두 번째 뇌”라는 메타포 전체에 대한 비평이었다. Westenberg 의 핵심 논지는 두 가지다. 첫째,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연결하는 행위 자체가 사고를 대체하지 않는다. 둘째,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그 시스템 자체가 일이 된다. 그 결과 시스템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실제 사고는 점점 줄어든다.
이 진단은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미니멀리즘 흐름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의 미니멀리즘이 단순히 옛 Evernote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이는 AI 의 등장이 만든다. AI 가 노트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연결하고 요약하는 시대가 오자, 사용자들은 두 가지 선택지에 놓였다. 하나는 AI 에게 그 작업을 통째로 맡기고 자기는 더 큰 도구 위에서 더 적게 일하는 길이다. 5월 13일에 본 일본 Qiita 의 manchan 워크플로가 그 길이다. 매일 아침 launchd 가 도는 동안 Claude 가 Obsidian 노트를 자동으로 정리해 둔다. 다른 하나는 AI 에게 그 작업을 맡기지 않고, 노트 도구 자체를 더 작게 만들어 사고의 표면을 노출시키는 길이다. Files.md 가 그 길이다.
이 두 선택지는 표면적으로 정반대지만, 같은 진단에서 출발한다. PKM 시스템이 사고를 대체하면 안 된다는 진단이다. 첫 번째 길은 그 진단을 자동화로 해결한다. 시스템 관리에 들어가는 인지 비용을 AI 에 떠넘기고, 사용자는 그 위에서 자기 사고에 집중한다. 두 번째 길은 그 진단을 절제로 해결한다. 시스템 자체를 작게 만들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용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두 길의 분기점은 분명하다. 첫 번째 길은 LLM 의 신뢰성과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두 번째 길은 그 전제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도구의 모든 계층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 위에 서 있다. zakirullin 의 한 줄, “파일과 도구가 시간을 거치며 같이 자라야 한다” 는 두 번째 길의 핵심을 정확히 표현한다. 도구의 미래를 외부 회사의 가격 정책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 커뮤니티의 위치를 잠깐 짚어 둘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Notion 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PKM 도구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Obsidian 사용자가 일정 수에 도달한 2023년 무렵부터 시작됐지만, “두 번째 뇌” 라는 메타포가 PKM 커뮤니티 안에서 굳어진 적은 일본이나 영어권만큼 강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진자 운동이 영어권에서 보이는 만큼 또렷하지 않다. 그러나 5월 들어 Claude Code 와 Memory.md 패턴이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로도 흘러들기 시작하면서, 일본 쪽에서 일어났던 양극화 — AI 자동화 쪽과 미니멀리즘 쪽의 분기 — 가 한국에서도 곧 일어날 것이다.
본문 3 — AI 시대에 “도구를 작게 유지하기” 가 가지는 무게
Files.md 의 README 에는 한 줄 추가 메모가 있다. “Golang seems to be great fit for this kind of software.” 작은 도구를 작게 유지하기 위해 Go 를 골랐다는 뜻이다. Go 는 컴파일러가 한 바이너리로 만들어 주고, 의존성을 vendoring 하기 쉽고, LLM 이 코드를 읽고 수정하기에도 안정적이다. 자바스크립트 생태계의 의존성 지옥 — 한 패키지를 깔면 수백 개의 transitive 의존성이 따라오는 — 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 결정은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다. 도구가 작아야 사용자가 도구 전체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철학에서 나오는 결정이다.
이 철학은 AI 시대에 새로운 무게를 얻는다. LLM 이 코드 베이스를 읽고 수정해 주는 시대에, 코드가 작고 단순할수록 사용자가 LLM 으로 자기 도구를 다듬는 일이 쉬워진다. 100만 라인짜리 Electron 앱은 LLM 이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10만 라인짜리 Go 코드베이스는 사용자가 Claude Code 한 세션 안에서 자기 필요에 맞게 손볼 수 있다. zakirullin 이 “코드가 LLM 에 최적화돼 있다” 고 적은 것은 이 차이를 의식한 결과다. Files.md 같은 도구는 사용자가 자기 도구를 자기 뇌의 확장으로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을 깐다. 그 위에 사용자가 Claude Code 로 자기 환경에 맞춰 도구를 다듬어 가는 흐름이 가능해진다.
이 흐름은 AI 시대 소프트웨어 소비의 새 패턴을 가리킬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SaaS 모델은 “사용자가 한 회사가 만든 도구를 빌려 쓴다” 는 구조였다. AI 가 코드를 다룰 수 있는 시대에는 “사용자가 한 회사가 만든 단순한 도구를 시작점으로 자기 도구로 키워 간다” 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Files.md 같은 작은 오픈소스 도구가 자기를 “alternative to Obsidian” 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사용자 손에서 자라는 도구의 종묘다.
이 종묘 패턴이 PKM 영역을 넘어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는가는 열린 질문이다. 5월 들어 비슷한 흐름이 다른 영역에서도 보인다. 이메일 클라이언트, 캘린더, 작업 관리 같은 개인 생산성 도구 영역에서 작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zakirullin 의 메모와 비슷한 한 줄을 README 에 적어 두고 있다. “이 코드는 LLM 이 읽고 수정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짜여 있다.”
물론 이 패턴이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안이 결정적인 도구, 데이터 정합성이 중요한 도구,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이 많은 도구는 사용자가 LLM 으로 손쉽게 다듬을 수 있는 단순한 형태로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개인 생산성 도구 — 노트, 작업 목록, 일기, 습관 관리, 가계부 같은 — 영역에서는 “작고 LLM 친화적인 오픈소스 코어 + 사용자가 다듬는 변형” 패턴이 다음 분기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Anthropic 의 5월 18일 Stainless 인수와 같은 주에 Files.md 가 HN 상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두 사건은 같은 큰 흐름의 두 면을 보여 준다. 큰 회사들은 SDK·MCP·도구 호출 사양 같은 인프라를 자기 안에 집중시킨다. 개인 사용자들은 그 인프라의 가장자리에서,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도구로 자기 환경을 다듬는다. 이 두 흐름이 잘 맞물리면, “큰 회사가 표준 인프라를 만들고, 개인은 그 위에서 작은 도구를 가꾼다” 는 새 분업 구조가 굳어진다. 잘못 맞물리면, 큰 회사가 인프라 게이트를 닫고 개인의 작은 도구는 그 안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5월의 두 사건은 그 분기점에 우리가 서 있다는 신호다.
결론 — 도구를 작게 유지한다는 결정
처음의 두 질문으로 돌아가자. Files.md 는 왜 자기를 “Obsidian 대안” 으로 부르면서 동시에 Obsidian 의 철학 전체를 거부하는가. 같은 마크다운 파일을 다루는 도구가 정반대의 미래를 그릴 때 우리는 무엇을 골라야 하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어 게임이 아니다. “alternative” 는 같은 자리에 들어가는 대체재라는 뜻이지만, Files.md 는 그 자리에서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Obsidian 이 플러그인으로 확장하는 길을 갔다면, Files.md 는 기능을 줄여 사용자 뇌의 일을 도구에 떠넘기지 않는 길을 간다. Obsidian 이 폐쇄 소스로 사용자가 도구 자체를 소유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Files.md 는 오픈 MIT 라이선스에 단순한 코드베이스로 사용자가 도구 전체를 손에 쥘 수 있게 만든다. 같은 마크다운 파일 위에서, 두 도구는 정반대의 PKM 미래를 그린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매일 아침 launchd 가 도는 동안 Claude 가 Obsidian 노트를 정리해 두는 워크플로가 자기와 맞는 사람은 그 길을 가면 된다. 도구 자체를 손에 쥐고 자기 뇌로 노트를 정리하는 길이 자기와 맞는 사람은 Files.md 같은 도구를 고르면 된다. 어느 쪽이 본질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 둘 다 같은 진단 — PKM 시스템이 사고를 대체하면 안 된다 — 에서 출발해 다른 길로 간다.
다만 이 글이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AI 시대에 도구를 작게 유지한다는 결정은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기 도구의 모든 계층을 손에 쥘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Files.md 의 5,000 줄짜리 Go 코드베이스는 사용자가 Claude Code 한 세션 안에서 자기 필요에 맞게 다듬을 수 있는 크기다. 100만 줄짜리 Electron 앱은 그게 불가능하다. AI 가 사용자 도구를 다듬는 협력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도구의 크기는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사용자 자율성의 단위가 된다. 5월의 Files.md 는 그 단위를 다시 작은 쪽으로 옮기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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